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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의지 띄운 李대통령…법조계 "87체제 한계 극복할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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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등 권력구조 제외 단계적 개헌 제안
전문가 "헌법 수술 불가피…제왕적 대통령제 타파가 핵심돼야"
5년 단임제·승자독식 40년간 지속…"4년 중임제 현실에 적합"
개헌 현실화엔 野 협조 필수…지선 77일 앞두고 논의 공전 우려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권력구조 개편을 제외한 단계적 개헌 추진 의지를 천명했다. 법조계에서는 1987년 헌정 체제(이하 ‘87 체제)의 구조적 한계 극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사실상 개헌의 핵심은 권력구조 개편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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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는다는 건 야당도 맨날 하던 얘기지 않느냐”며 단계적·부분적 개헌 추진을 공식 제안했다. 5·18 광주항쟁과 부마항쟁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포함해 △지방자치 강화 △계엄요건 강화 등 이견이 적은 사안을 중심으로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도 반대하지 않으실 것 같다”며 정부 차원의 공식 검토를 지시했다. 다만 4년 중임제 등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 없이 과제로 남겨뒀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1987년 개헌이 권위주의를 종식하고 민주주의의 토양을 다진 역사적 전환점이었다”며 “이제는 진정한 국민주권 국가를 완성하고 인공지능(AI) 기술혁명 시대의 가치까지 담아낼 개헌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이 대통령 지시에 화답했다.

“38년 묵은 87체제, 수술 불가피…권력구조 개편이 핵심돼야”

법조계에서도 87체제의 구조적 한계가 이미 임계점에 달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지난 39년간 헌법이 멈춰 있는 사이 기후위기·인공지능(AI)·디지털 기본권·저출생·지방분권 등 전혀 새로운 시대 과제들이 헌법 밖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도 크다.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헌법은 20세기적 특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21세기적 개헌을 하려면 상당히 많은 부분을 뜯어고쳐야 한다”면서도 “전체를 한꺼번에 바꾸려 하면 나라 전체가 개헌이라는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핵심 조항의 부분개헌을 먼저 추진하고 권력구조 개편 등 본격적인 작업은 순차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적합한 접근법”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 전문 수록이나 계엄요건 강화 등을 통한 단계적 개헌 보다는 권력구조 개편을 핵심으로 개헌 논의가 적극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87년 단행한 9차 개헌은 군부독재 종식과 대통령 직선제 쟁취에 방점이 찍히면서 정작 권력구조 분산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통령 1인에 인사권·예산권·감사권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가 39년째 이어지고 있다. 직선제 출범 이후 대통령 8명 가운데 4명(노태우·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속됐고, 나머지 대통령 대다수가 본인 혹은 친인척 등의 권력형 비리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소선거구제와 5년 단임 대통령제의 결합이 만들어낸 ’승자독식‘ 구조도 고질적 문제로 지목된다. 선거에서 이기면 모든 권력을 독식하는 구조는 정치 양극화를 고착화하는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5년 단임제 역시 임기 중반을 넘기면 레임덕이 시작되고 정책 연속성이 단절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책임정치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조재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대통령이 제안한 내용들도 당연히 반영돼야 하는 것들”이라면서도 “권력구조를 손대지 않고 가는 건 개헌의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권력구조의 민낯으로 진단했다. 그는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부통령이 존재했다면 계엄에 반대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5년 단임제가 아닌 4년 중임제였다면 계엄을 통한 집권 시도 대신 국정을 잘 운영해 재신임을 받는 길을 모색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헌 현실화엔 野 협조 필수…“李 강력한 리더십 발휘해야”

이 대통령이 직접 개헌 의지를 천명하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개헌 동력이 살아날지 주목되지만 현실적 장벽은 여전히 높다.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인 200석의 찬성이 필요해 야당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야당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구성 제안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6·3 지방선거가 77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야권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개헌 카드를 꺼낸 데 대한 진정성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계엄요건 강화 등 논의 자체가 12·3 비상계엄의 후속 조치 성격을 띠는 만큼 야권 입장에서 개헌 테이블에 나서는 것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개헌 논의가 진영 논리에 함몰되지 않으려면 이 대통령의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조 교수는 “개헌에 대한 공감대는 수십년간 쌓여 왔고 권한을 가진 대통령의 말이 울림 있을 시기에 논의를 추진해야 한다”며 “지지율이 높을 때 눈치를 볼 게 아니라 오히려 힘을 받아 개헌의 필요성을 어필하고 제대로 끌고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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