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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한국·일본·호주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동맹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을 보내 달라는 요청에 응하지 않자 분노와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전쟁의 목적과 명분을 둘러싸고 지금처럼 많은 논란이 일었던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영국·폴란드·스페인·호주 등 여러 동맹이 병력을 지원했던 것에 비하면, 사실상 ‘외면’ 당한 것과 다름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지친 동맹들의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외면한 동맹들, 2003년 이라크 전쟁 때와 극명한 대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미국은 대부분의 나토 ‘동맹’으로부터 테러리스트 정권인 이란에 대한 우리의 군사 작전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매년 수천억 달러를 들여 나토를 보호하고 있지만, 그 관계는 일방통행이었다”면서 “그들은 우리가 도움이 필요한 때조차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분노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가 이란의 군사 능력을 초토화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도움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호주,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세계 최강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말하건대, 우리는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나토와 다른 두어 국가에 대해 실망했다”며 또 다시 좌절감을 드러냈다.
그는 “내가 전력을 다해 (파병을) 압박했다면 도와줬겠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면서 “나는 오랫동안 나토가 과연 우릴 위해 나설지 의문이라고 말해왔고, 이번 일은 훌륭한 시험대였다”고 말했다. 이어 “매우 중요한 것은 내 생각에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나설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근처 걸프 해역에서 유조선이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외면한 것은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라크 전쟁 역시 이란 전쟁과 마찬가지로 ‘임박한 위협’ 없이 일으킨 전쟁이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못했고, 프랑스·독일·벨기에와 같은 주요 동맹국은 참전을 거부했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전쟁 명분으로 내건 대량살상무기는 후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났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적어도 동맹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 전화 통화를 하고, 유엔에 직접 나가 설명을 하는 등 사전에 지지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영국·폴란드·스페인·호주 등은 결국 참전하기로 했다.
당시 나토 주재 미국 대사였던 니콜라스 번스는 “독일·프랑스가 협조를 거부했을 때 우리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토 동맹국을 여전히 지지했다”면서 “그것이 부시와 트럼프의 차이점”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실수는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는 유럽 및 아시아 동맹국들과 (사전) 협의는커녕 (이란 공격 계획을)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금씩 무게감 떨어지는 트럼프의 위협
이처럼 과거와 달라진 동맹들의 태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대한 반발이 그만큼 커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여름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 대비 5%로 증액하고, 관세 협정에 합의할 것을 요구했을 때만 해도 유럽 국가들은 그의 뜻에 따라 움직였다”면서 “하지만 최근 몇 달 사이 그러한 순응적 태도는 옅어졌고,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1년 전보다 무게감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026년 1월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화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의 ‘무적’ 이미지가 조금씩 깨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전략도 없이 갈팡질팡 하는 이란 전쟁이 그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이란 전쟁 전까지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반기를 든 유일한 정상이었지만, 전쟁을 기점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미국의) 보복이 두렵다고 전쟁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가 하면,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부총리도 “(미국은) 협박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미 싱크탱크인 외교협회 석좌선임연구원인 제임스 린지는 지난 2월 쓴 글에서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미국과의 안보·경제 관계가 하루아침에 뒤바뀔 수는 없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시간이 지나면서 큰 변화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나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끓어오르는 국민적 분노는 동맹국 지도자들이 평소라면 피했을 어려운 결정을 내리도록 압박할 것”이라면서 “동맹국들의 이러한 행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동안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미국의 이익에 심대한 영향 미치는 장기적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젊은 세대가 미국을 더 이상 ‘구원자’가 아닌 ‘위협’으로 인식하며 성장함에 따라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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