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 중 얘기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최악의 시나리오가 무엇이냐는 기자 질문에 “전임자만큼 나쁜 인물이 권력을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AP 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상한 이른바 ‘호르무즈 호위 연합’이 어그러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주요 동맹인 유럽이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유럽이 전쟁 장기화 등을 우려해 전쟁에 선뜻 가담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 시간) 유럽이 트럼프 대통령을 돕지 않는 이유를 4가지로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등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했지만 유럽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미국·이스라엘과 무력 충돌 중인 이란이 4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최소 10척의 선박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했다고 밝혔다.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필요한 경우 미 해군이 가능한 한 빨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
먼저 NYT는 “유럽은 이 전쟁을 원하지 않았고 참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이 지난달 유럽 등 동맹국들과 협의하지 않은 채 이란에 대한 첫 공습을 감행하면서 전쟁에 대한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게 유럽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등 동맹국에 파병을 요구하면서 작전 참여 방안이나 교전 종결 시한, 국제법적 근거 등을 제시하지 않은 점도 유럽이 트럼프 대통령을 돕지 않는 이유로 거론됐다.
또한 유럽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임무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나토는 전통적으로 중동 문제에 개입하거나 회원국이 적국에 대해 선제 공격을 가하는 데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나토 공동 방위를 명시한 ‘조약 5조’에 근거해 나토 회원국이 이란에 공동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나토는 개입 동맹이 아닌 방어 동맹이라는 게 유럽의 입장이라고 NYT는 전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이 2일 성명을 내고 “호르무즈 무력 충돌 확산으로 우리 선원의 안전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사진은 우리 선원이 직접 촬영한 호르무즈 인접 아랍에미리트 제벨알리항. (사진=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제공) 2026.03.02. 뉴시스 |
무엇보다도 유럽은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미국 해군이 단독으로 이란의 위협을 무력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럽 해군이 어떻게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게 일부 유럽 지도자들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미국도 못 한 일을 유럽이 어떻게 하겠냐는 판단이다.
전쟁 장기화 우려도 언급됐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 상승 등 경제적 어려움, 난민 이동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기를 원한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백악관이 1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달 28일 대(對)이란 군사작전 ‘에픽 퓨리’(Epic Fury) 상황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 트럼프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모여 있다.(백악관 엑스 계정, 재판매 및 DB금지) ⓒ 뉴스1 |
유럽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에 대해 난색을 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나토 국가들의 지원이 필요 없다”라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은 큰 군사적 성공을 거뒀다”며 “더는 나토 국가들의 지원이 필요하거나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그는 “저는 나토를 항상 일방통행이라고 생각해 왔다”며 “우리가 매년 수천억 달러를 들여 그들(나토)을 보호하지만, 그들은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우리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했다고 밝혔다. 그는 17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방금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유럽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유지를 위한 군사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논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대통령의 분노에 공감한다”고 했다.
정봉오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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