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보다 0.25% 상승한 6716.09로 마감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0.47% 오른 2만2479.53,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10% 상승한 4만6993.26을 기록했다. S&P500 구성 종목 다수가 상승했지만, 지수 상승폭은 제한적이었다.
이는 투자자들이 전쟁과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며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이 현재의 지정학적 긴장을 일정 부분 ‘넘어보려는(look through)’ 시도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항공·여행주 반등…“연료비 상승 전 수요 선반영”
이날 증시는 항공·여행주가 주도했다. 델타항공은 6.6%, 아메리칸항공은 3.5% 상승했다. 항공사들이 견조한 예약 수요를 근거로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으로 향후 항공요금 인상이 예상되자 소비자들이 미리 여행을 예약하는 ‘수요 선반영’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노르웨이안 크루즈 홀딩스와 익스피디아도 각각 2%대, 4%대 상승하며 여행 관련주 전반이 반등했다.
금융주도 동반 상승했다. 최근 사모신용 리스크 우려로 급락했던 블랙스톤, 아폴로, KKR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3% 이상 오르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개별 종목으로는 우버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로보택시 도입 계획을 발표하며 4.2% 상승했다. 반면 일라이릴리는 투자의견 하향 영향으로 5.9% 하락했고, 전날 대규모 AI 매출 전망을 내놓았던 엔비디아는 차익실현 매물에 0.7% 내렸다.
마이크론은 4.5% 상승하며 종가 기준 시가총액 5196억달러를 기록, S&P500 기업 중 5000억달러 이상 기업군에 새로 진입했다. 이는 전체 구성 종목 중 약 15개에 불과한 초대형 기업군이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에 탑재될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본격 양산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끌어올렸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와 메모리 공급 부족이 맞물리며 업황 개선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 추이 (그래픽=CNBC) |
유가 100달러대 고정?…“시장 최대 변수 여전히 에너지”
국제유가는 여전히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은 2.71달러(2.90%) 오른 배럴당 96.21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상승폭을 일부 줄였지만 여전히 96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브렌트유 5월물은 103.42달러로 100달러를 재돌파했다.
이란 전쟁이 격화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진 것이 유가를 끌어올렸다. 실제로 해협 기능이 사실상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의 군사 지원 거부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기존의 다국적 연합 구상에서도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동시에 이란 주요 수출 거점인 카르그섬 공격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
이스라엘이 이란 최고 안보 책임자 알리 라리자니를 제거했다고 밝힌 점,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의 대형 가스전을 공격한 점 등도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이란에 위성 정보와 드론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층 확대되는 양상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 시장은 올해 한차례 정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
연준 앞두고 관망…“유가가 정책 경로 흔들 변수”
시장의 또 다른 핵심 변수는 연준이다. 연준은 이날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돌입했다.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시장의 관심은 금리 자체보다 향후 정책 경로에 쏠려 있다. 특히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경우, 연준이 예상보다 더 매파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로스 메이필드 베어드 투자전략가는 “연준이 유가 상승을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판단하면 시장은 즉각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토로의 브렛 켄웰 역시 “주식과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이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지만, 연준이 매파적이냐 비둘기파적이냐에 따라 분기 말 시장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채금리는 보합세를 기록하며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일단 ‘대기 모드’에 들어갔음을 보여줬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bp(1bp=0.01%포인트) 내린 4.2%를,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0.4bp 떨어진 3.676%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는 소폭 하락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15% 내린 99.56에서 움직이고 있다.
“매수 신호 등장”…그러나 밸류에이션 부담 여전
시장 내부에서는 저가 매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자사 주식 타이밍 지표(BETI)는 -8.3까지 하락하며 역사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매수 구간에 진입했다. 이는 지난해 관세 충격 이후 가장 강한 신호다.
릭 가드너 RGA인베스트먼트 전략가는 “증시는 전쟁이 끝나기 전에 먼저 바닥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 밸류에이션은 신규 자금 유입을 유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루이스 나벨리어 역시 “유가가 높은 상황에서도 증시가 버티는 것은 성장과 실적 기대가 여전히 견조하기 때문”이라며 “에너지 시장이 정상화될 경우 안도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S&P500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1배로, 최근 5년 평균(19배)을 여전히 상회한다. 즉 매수 매력은 생겼지만 절대적으로 저렴한 구간은 아니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포렉스닷컴의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시장이 지정학적 긴장을 일부 무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과도한 낙관은 아니다”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증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