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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 1000억 들여 ‘실패할 연구’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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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U 그랜드퀘스트’ 사업 시작
석학 18명이 합숙하며 난제 발굴
문제 공개되면 도전할 연구진 선발
5년동안 매년 최대 5억 지원 받아
성공 여부 떠나 과정·결과 등 발표
조선일보

AI 머신러닝을 활용 서울대병원 연구팀. /게티이미지뱅크


서울대가 1000억원가량을 들여 이른바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연구’에 도전하는 ‘SNU 그랜드퀘스트’ 사업을 시작한다. 서울대는 매년 국가 연구·개발 사업 과제를 수행하면서 100%에 육박한 성공률을 보였다. 이른바 ‘성공할 연구’만 해왔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대는 김빛내리·현택환 석좌교수 등 석학 18명이 중심이 돼 서울대가 연구에 도전할 난제를 발굴한다. 난제 해결에 도전하는 연구진에는 매년 최대 5억원의 연구비를 5년간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대는 지난 3일 ‘SNU 그랜드퀘스트 이니셔티브’를 발족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이 사업은 종전 성과 중심 연구에서 벗어나 도전적인 연구를 통해 사회적 난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는 게 목표다. 난제에 도전하는 연구진에는 연구비를 지원하되, 연구를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의무는 부과하지 않는다. 서울대 관계자는 “그랜드퀘스트는 성공이 아닌 실패의 궤도를 공유하는 사업”이라며 “난제에 도전하는 연구진의 연구 과정을 세밀히 공개해 실패를 자양분으로 삼아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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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진영


난제를 발굴할 ‘그랜드퀘스트 설계위원회’에는 한국인 노벨상 후보로 꼽혀온 서울대 교수들이 투입된다. 매년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로 언급되는 김빛내리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노벨 화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현택환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등 18명이 위원회에 참여한다. 이들은 오는 5월 2박 3일 동안 합숙하며 과제 선정에 나선다. 서울대 관계자는 “합숙 동안 전자기기 사용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가 그랜드퀘스트를 통해 발굴하려는 과제는 인공지능(AI), 바이오, 지속가능성 분야다. 선정 과제는 학문의 지배적 통념을 뒤집거나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는 파급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인류와 사회에 유산을 남기면서도 개인의 지적 호기심을 넘어 국가적 위기에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고 했다. 그 예로 ‘암세포를 죽이지 않고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가역적 치료가 가능할까’ ‘데이터 센터와 GPU(그래픽처리장치) 없이 인간 뇌 수준의 에너지로만 AI를 구현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이 도전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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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문./뉴스1


서울대는 6월 그랜드퀘스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이 과제 해결에 도전할 연구진을 선발한다. 연구팀은 초반 6개월 동안 연구비로 5000만~1억원을 지원받는다. 이후 5년 동안은 연간 2억5000만~5억원이 지원된다. 서울대는 연구 성공을 조건으로 내걸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연구팀이 보고서를 반드시 제출할 필요도 없다. 다만 연구 과정은 공개해야 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연구팀의 고민과 연구 성과나 실패기를 학계·산업계·정책 기관과 공유할 방침”이라고 했다.

서울대가 수행한 국가 R&D(연구·개발) 과제 가운데 성공 판정을 받은 과제 비율은 2024년 99.5%였다. 2021년, 2022년은 성공률 100%로 실패한 연구가 없었고 2023년에는 99.9%였다. 사실상 성공이 보장된 연구만 해왔을 뿐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연구’에 도전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실패한 연구’란 연구·개발 과제 평가가 ‘중단’되거나 과제 평가 결과가 ‘불량’ ‘미흡’ 등인 것을 뜻한다.

서울대는 그랜드퀘스트 사업에 1000억원 가량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서울대의 1년 자체 연구 예산(414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이번 사업을 총괄하는 이정동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교수는 “지금까지 노벨상을 받은 학자들은 새로운 학문의 길을 열었던 선구자들이었다”며 “이번 사업은 성공이 아닌 실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행착오가 아닌 시행학습을 통해 새로운 학문의 문을 열어 학문을 선도할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서울대의 목표”라고 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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