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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쟁 아냐” “협박 말라”···유럽, 호르무즈 파병 압박에도 ‘선 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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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 국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거나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는 선명한 거부 의사를 내놓기도 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대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장 강경한 거부 방침을 밝혔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방어 동맹이지 개입 동맹이 아니다. 나토가 이번 전쟁에 관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도 “이 전쟁은 우리의 전쟁도, 우리가 시작한 전쟁도 아니다”며 “막강한 미 해군도 할 수 없는 일을 유럽 함정 몇 척이 해낼 수 있다고 기대하는가”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꼽히는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도 “영국은 더 큰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스타머 총리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데 유럽을 비롯한 동맹국이 협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번 전쟁이 시작되고 유럽에서 그나마 가장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프랑스조차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 작전은 교전이 중단된 후에나 가능하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날 열린 EU 외교장관 회의 직후 현재 홍해에 국한된 EU 해군의 작전 지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할 의향이 없다고 못 박았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아무도 이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유럽의 전쟁이 아니다”고 밝혔다.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외교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협박’이라고 칭하며 “우리에게 군대를 보내라고 요구하지 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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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 동맹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이처럼 냉담한 반응을 이어가는 것은 동맹을 무시하고 경제·군사적 영향력을 동원해 원하는 바를 관철해온 트럼프 정부와의 긴장된 관계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중동 전문가 안드레아스 크리그는 “트럼프는 미국의 경제적 힘을 이용해 상호 의존 관계를 무기화하고 동맹국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압박해왔다”며 “이를 지나치게 남용한 탓에 세계는 가능한 한 미국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JS)에 전했다.

유럽 국가들은 애초 중동에 일부 군사 자원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꾀했으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 같은 전략의 한계를 느끼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중동에서 서방의 무기와 탄약이 고갈돼 나토의 전력 공백을 우려하게 된 데다, 트럼프 정부가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제재까지 일시 해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하는 것이 유럽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짙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WSJ은 유럽 동맹국 중 미국의 압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한 러시아를 견제해야 하는 과제 등이 남아 있어 단칼에 거절 의사를 밝히긴 어렵다는 취지다. 나토에서 정책 기획을 맡았던 프랑스 정치외교 전문가 파브리스 포티에는 “유럽이 일방주의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트럼프를 무시해선 안 된다”며 “오히려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동맹국과 협력하도록 압박하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WSJ에 말했다. 이어 유럽이 이번 사태를 기회 삼아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얻어낼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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