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인사 등을 대가로 귀금속과 금거북이, 고가의 그림 등을 받았다는 이른바 ‘매관매직’ 의혹으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첫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일부 물품 수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탁의 대가성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순표)는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여사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 여사는 검은 정장에 흰색 셔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 출석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 씨 등도 출석했다.
이날 김 여사 측은 일부 금품 수수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청탁의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 측 변호인은 “이 회장으로부터 목걸이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는 당선 및 취임 축하 선물”이라며 “이 회장이 새 정부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금거북이에 대해서도 “과거 고가의 화장품을 선물한 데 대한 답례 차원”이라며 “친분 관계에 따른 사교적 선물일 뿐, 인사 청탁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사업가 서 씨로부터 받은 고가 시계에 대해서는 “시계 구매 대행을 의뢰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피고인은 신중하지 못한 처신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지만, 특검은 직접 증거 없이 사후적 결과만으로 사건을 재구성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사업가 서 씨와 이 전 위원장 측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 씨 측은 로봇개 사업과 관련한 청탁은 없었으며, 김 여사 측 요청에 따라 시계를 구매 대행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위원장 측은 혐의 부인에 더해 공소기각을 주장했다. 금거북이는 답례 선물이었고, 세한도는 한지 홍보를 위해 전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피의자 신문도 없었고 증거인멸 관련 조사도 없었다”며 “특검이 충분한 수사 없이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건의 본류인 알선수재가 아니라 증거인멸 혐의로 갑자기 기소된 것은 특검법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당일 변론을 종결했다. 특검 측은 “고령이고 범행을 자백했지만, 고가의 금품을 제공해 이익을 취하려 했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모든 것이 잘못됐다. 깊이 반성하며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검 측에 김 여사의 공소사실 중 이 회장과 최재영 목사 관련 대가관계를 보다 명확히 정리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영부인이라 하더라도 금품 수수는 부적절하지만, 알선수재가 성립하려면 대가관계가 인정돼야 한다”며 “현재 공소장만으로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견서 제출과 함께 각 금품 수수에 대한 구체적인 청탁 관계를 다시 정리해 제출해 달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오는 20일 김 여사 측의 증거 인부를 정리한 뒤, 26일에는 이 회장에 대한 특검 측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여사는 2022년 3월 15일부터 5월 20일까지 이 회장으로부터 맏사위인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인사 청탁 명목으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와 귀걸이 등 총 1억38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같은 해 4월과 6월에는 이 전 위원장으로부터 265만 원 상당의 금거북이와 ‘세한도’를 받은 혐의도 있다. 아울러 로봇개 사업 지원 명목으로 사업가 서 씨로부터 3390만 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를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임종현 기자 s4ou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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