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며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란이 원유 수출을 통해 하루 1억 4000만 달러(약 2100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이란 제재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이 원유 시장의 불안을 막기 위해 이란의 수출을 사실상 용인하는 모습까지 나타나면서 제재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드러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의 원유 수송을 추적한 분석가들을 인용해 지난달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이후에도 최소 13척의 초대형 유조선이 이란의 주요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에서 원유를 실어 날랐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데이터 업체 케플러(Kpler)에 따르면 이 기간 약 240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으며 하루 약 150만~160만 배럴 규모에 해당한다.
수출 물량을 기준으로 보면 이란산 원유가 브렌트유 대비 약 10달러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하루 수익은 약 1억 4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케플러의 자샨 프레마 분석가는 “지난 1년 평균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이란이 활용하는 선박 대부분은 최대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이란의 수익 규모는 더 확대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날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0.21달러를 기록했으며 17일 아시아 시장에서 102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FT는 “전쟁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이란의 원유 수익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운송 방식도 교묘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텍사의 클레어 융만 분석가는 “선적된 13척 가운데 7척이 이른바 그림자 선단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서방 보험 없이 항로를 숨긴 채 제재 대상 원유를 운송하는 선박 집단을 말한다. 다만 최근에는 이란 국영 석유회사가 보유한 선박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데 그림자 선단이 미국의 공격 위험을 고려해 선적 참여를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움직임 이면에는 미국의 전략적 용인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름값은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변수로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 상승은 유권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최근 하르그섬 타격 당시 해군 기뢰 저장 시설 등 군사 목표물만 공격하고 원유 관련 인프라는 의도적으로 제외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한 기조를 일정 부분 확인했다. 그는 “이란 선박들은 이미 출항하고 있었고 우리는 글로벌 공급 안정을 위해 이를 용인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란이 일정 부분 통로를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현재로서는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며 “세계 시장에 충분한 공급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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