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조금 180조 쏟아부어 세계 조선 절반 장악"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제1회 '2026 fn 조선해양포럼'이 17일 부산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조선·해양 혁신을 위한 글로벌 동맹’이란 주제로 열렸다.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
[파이낸셜뉴스] "2024년 국내 중견 해운사가 벌크선 5척을 중국 조선소에 발주했다. 척당 3000만달러로 한국보다 약 1000만달러(25~30%) 싸다. '애국심만으로는 회사를 지킬 수 없다'는 해운사의 호소는 지금 우리 조선·해운업이 처한 구조적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이 파이낸셜뉴스와 부산파이낸셜뉴스가 17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개최한 '2026 fn조선해양포럼'에서 "우리 조선 및 해운업은 단순한 산업적 경쟁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적 전환점에 서 있다"며 두 산업의 통합 전략산업화를 강력히 촉구하며 한 말이다.
5%에서 50%로..中, 보조금 180조로 압도적 부상
양 부회장이 제시한 데이터는 냉혹했다. 1999년 5%에 불과했던 중국의 글로벌 조선시장 점유율은 2023년 50%를 돌파하며 전 세계의 절반을 집어삼켰다. 2023년 기준 벌크선 68%, 컨테이너선 62%로 기초 선종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그는 "중국은 상하이, 대련, 광저우 등지에 초대형 조선소를 집중 배치해 연간 2000만 CGT(표준환산톤) 이상의 건조 능력을 확보했다"며 "한국 1400만 CGT, 일본 500만 CGT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파격적 지원이 있었다. 2015년부터 2022년 사이에 투입된 직간접 보조금만 최소 1320억달러, 한화 약 180조원에 달한다. 토지 무상 제공, 저리 융자, 수출 보조금, 세제 혜택 등이 다층적으로 투입됐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지원 예산을 합친 것보다 10배 이상 많은 규모"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조선·해운 산업의 불공정 행위에 관한 301조 조사'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조선·해운 지배력이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불공정 개입으로 형성됐다고 봤다. 이로 인해 미국 경제는 물론 국가 안보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조선·해운을 시장 논리에만 맡겨두었을 때 발생하는 전략적 취약성을 지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20년 간 조선·해운 투자를 방치한 결과 글로벌 선박 건조 능력이 1970년대 17%에서 현재 약 0.1% 수준으로 붕괴됐다. 2023년 기준 중국이 약 2300만t을 건조할 때 미국은 단 7척, 10만t 미만에 그쳤다. 그는 "설계 인력과 숙련공 등 인프라 자체가 통째로 사라진 미국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경고했다.
위기를 느낀 미국은 급선회했다. 2025년 4월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Restoring American Maritime Dominance)' 행정명령을 통해 2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재건 신탁기금을 조성하고,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자국 내 조선소 재건 투자를 요청하고 있다. 그는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등 우리 기업과의 합작 투자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웃 일본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4년 12월 해사 클러스터 4개 단체가 공동으로 조선업을 단순 제조업이 아닌 '경제안보산업'으로 재정의할 것을 정부에 제언했다. 에너지·식량·자원 등 핵심 전략물자는 반드시 자국 선박과 자국 해운사를 통해 운송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선박 강재비 차액 보전 보조금 및 1조엔 규모 조선업 혁신 기금 조성을 추진 중이다.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제1회 '2026 fn 조선해양포럼'이 17일 부산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조선·해양 혁신을 위한 글로벌 동맹’이란 주제로 열렸다.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
韓, 기초 선종 시장 "사실상 소멸"
전략물자 운송수단인 벌크선은 2024년 수주 실적에서 중국이 936척, 일본이 352척을 가져갈 때 한국은 단 1척에 불과했다.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건조가격은 중국 6000만달러 대비 한국 7800만달러로 약 30%의 격차가 벌어져 있다. 시장이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만 치중한 나머지 기초 선종인 중소형 및 벌크선 시장이 붕괴됐다"며 "중국과의 30%에 달하는 건조 가격 차이가 우리 해운사와 조선소 사이의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단순히 조선소만의 위기가 아니다. 중소형 선박 건조가 사라지면서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의 기자재 산업 수주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2020년 부산지역 조선해양 기자재 업체 수주물량이 전년 대비 최대 70% 감소했고, 2023년 부·울·경 조선소의 1~10월 누적 수주량은 전년 대비 41% 줄었다. 지난해 중형조선소의 수주량은 전년 대비 72%, 수주액은 80% 감소했다.
그는 "만약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 선박이 없다면 에너지와 식량 수급은 불가능해진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곡물 수출 중단으로 글로벌 식량 위기가 발생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그는 "우리 선박을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우리 선원이 타는 국적 선박 확보는 선택이 아닌 국가안보와 생존의 문제다. 자국 건조 능력이 없으면 유사시 수송 수단을 확보할 수 없는 안보 공백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해운·조선을 통합 전략산업으로 격상할 수 있는 '조선·해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 제정, 중국과의 선가 차이를 보전하는 '경제안보기금' 조성, 기자재 국산화와 설계·엔지니어링 인력 양성을 통한 해사 생태계 복원을 주문했다.
양 부회장은 "한국은 아직 세계 2위지만, 중국의 추격으로 중저가 시장 잠식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도 시장 논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조선과 해운을 안보와 국방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즉각적인 정책적 전환에 나서야 한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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