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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포기했었죠”…이혼 6년 만에 법정 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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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을 수 있을까" 두려움에 미뤄온 소송
양육비이행관리원 법률 지원으로 가능
서류 기반으로 검토...사정 종합해 양육비 지급 호소
"결심 섰다면 도움 받아 재판 시작해야만"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이혼의 아픔을 겪은 박승아(가명·37)씨의 일상은 딸들을 온전히 키워내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금이라도 벌이를 늘리기 위해 새벽 3시에 집을 나서 한밤중에 돌아오는 날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주말만큼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 했다. 하지만 양육비 소송은 그녀가 겨우 유지하던 일상에 또다른 부담으로 다가왔다.

지난 13일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러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까지 가는 길만 수백㎞에 달했다. 그녀는 “용기를 내라”며 옆에서 응원해 준 양육비이행관리원 김미진 변호사의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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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앞에서 김미진 양육비관리이행원 변호사와 박승아(가명)씨가 서 있다. (사진=방보경 기자)


김 변호사는 용기를 북돋는 말에 그치지 않고 양육자를 대신해 소송 전반에 필요한 서류를 꼼꼼히 훑으며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 첫 재판 전 그는 박씨의 재산과 소득 뿐만 아니라 학원비와 생활비, 식비와 의료비, 교통비와 통신비 등 고정적인 양육비 지출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소송 전략수립을 위해서다.

김 변호사는 서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박씨의 개인사정까지 고려해 재판에서 양육비 지급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예정이다. 소송에서는 ‘양육비 산정 기준표’를 기준으로 양육비를 책정한다. 박씨의 전 남편 수입은 연 400만원에 불과했다.

김 변호사는 박씨와 소통을 이어가며 전 남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골프를 즐기는 사진이 게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양육비를 줄 여력이 없다던 상대방은 이번 소송에서 변호사까지 고용했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 법정에서 호소할 예정이다.

이날 재판에 박씨를 부른 것도 재판 결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김 변호사는 “판사 1명이 많은 사건을 담당하다보니 양육비가 필요한 의뢰인의 절실함을 피력하면 좀더 귀담아 들어주지 않을까 싶어 박씨에게 먼 곳까지 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딸들 앞에서 강한 모습만 보였던 박씨는 양육비 문제를 오랫동안 회피해 왔다. 6년 전 남편과 이혼할 때 양육권을 가져오는 조건으로 돈을 받지 않기로 합의해서다. ‘혼자서도 아이들을 예쁘게 키울 수 있다’는 자존심으로 버텼다. 학원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이 들 때마다 양육현실의 높은 벽을 체감했지만 이제 와서 양육비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박씨를 가뒀다.

한부모가정 지원금을 타러 동사무소에 오가다가 우연히 관리원의 안내서를 본 게 전환점이 됐다.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망설이던 양육비 청구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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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김미진 양육비관리이행원 변호사가 경기 고양시 한 카페에서 재판과 관련해 박승아(가명)씨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사진=방보경 기자)




김 변호사는 양육비 청구를 결심했다면 관리원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혼생활 때 가정폭력을 겪은 사례도 있는 만큼 양육비를 요구하면 배우자가 해코지를 할까 두려움도 크다”며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때 소송을 결심하게 되는데 이때는 이행원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이행관리원 직접소송의 인용률(승소율)은 95.7%에 달한다.

양육비 지급 소송이 단순히 금전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에 그치지 않고 가족 관계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김 변호사는 재판이 시작된 뒤 법원 소장을 받아본 친부가 자녀와 화해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혼 당시에는 아들을 만나려 하지도 않았던 친부였지만 소송 과정에서 대화를 이어가며 마음을 바꿨다. 결국 그는 밀린 양육비를 전액 지급하고 관계도 회복됐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재판을 시작하기 전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인지부터 묻는 경우가 많다”며 “상대방의 소득이나 여러 사정은 사실조회나 소송 과정에서 파악되는 경우가 많아 재판 전에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더라도 법적 절차를 통해 확인해보려는 용기를 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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