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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도 美 군함·유조선 피격…지금 호르무즈는 더 위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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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11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 해역을 항해하고 있는 유조선들.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해운업계가 미군에 유조선 호위를 요구하고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호위 작전의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이란의 군사 전력이 과거보다 크게 강화돼 같은 작전을 펼쳐도 위험성이 더 커졌다고 평가한다.

1980년대 후반 페르시아만에서는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 여파로 상선과 유조선 공격이 급증했다. 양측은 상대국의 석유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걸프 해역을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했고, 이른바 ‘탱커 전쟁(Tanker War)’이 벌어졌다. 당시 쿠웨이트 유조선이 반복적으로 공격을 받자 쿠웨이트 정부는 미국에 보호를 요청했고, 미국은 쿠웨이트 유조선을 미국 국적으로 재등록한 뒤 미 해군이 호위하는 작전(Operation Earnest Will)을 시작했다.

이 작전은 1987년 7월부터 1988년 9월까지 진행됐다. 미 해군은 유조선을 직접 호위하거나 걸프 해역에서 순찰과 기뢰 탐지 임무를 수행하며 해상 운송로를 보호했다. 그러나 작전이 시작된 직후부터 공격은 이어졌다. 1987년 7월 쿠웨이트 유조선이 페르시아만을 항해하던 중 이란이 설치한 기뢰에 충돌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선체가 크게 손상되면서 유조선 호위 작전의 위험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미국 국적으로 등록된 또 다른 쿠웨이트 유조선이 쿠웨이트 해역에서 이란이 발사한 대함 미사일 공격을 받아 선원들이 부상했다. 이 공격은 걸프 해역에서 상선을 직접 겨냥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된다.

미 군함도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1988년 4월 페르시아만을 순찰하던 미 해군 프리깃함이 이란이 설치한 기뢰에 충돌해 선체가 심각하게 파손됐고 승조원 10명이 부상했다. 당시 이 군함은 유조선 호위 작전의 일환으로 해역을 순찰하며 기뢰 탐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보다 앞선 1987년 5월에는 걸프 해역에서 또 다른 미 해군 프리깃함이 이라크 전투기가 발사한 대함 미사일 공격을 받아 승조원 37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는 유조선 호위 작전 개시 직전의 일이지만, 당시 걸프 해역의 위험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건으로 꼽힌다.

이처럼 1980년대에도 유조선 보호 작전은 상당한 위험을 동반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당시보다 훨씬 복잡하다. 1980년대 이란의 주요 위협은 기뢰와 소형 고속정, 제한적인 대함 미사일 정도였다. 지금 이란은 다양한 비대칭 전력을 갖추고 있다.

이란은 현재 사거리 수백km급의 다양한 대함 미사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일부는 초음속 또는 탄도형 대함 미사일로 분류된다. 이러한 능력은 1980년대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드론 전력도 크게 확대됐다. 이란은 ‘샤헤드’ 자폭 드론을 비롯해 정찰·공격 드론을 운용하고 있으며 저가 무기를 대량으로 투입해 방공망을 포화시키는 방식의 공격이 가능하다. 이런 전력 역시 1980년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위협이다.

최근에는 해상 드론(무인 자폭 보트)도 등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된 것과 유사한 방식의 무기로, 군함이나 유조선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기뢰 전력도 크게 확대됐다. 미 해군은 이란이 약 5000~6000개의 기뢰를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접촉 기뢰, 자기 기뢰, 음향 기뢰, 스마트 기뢰 등 다양한 형태가 포함된다.

이러한 무기들이 특히 위협적인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해협의 가장 좁은 폭은 약 33㎞이며 실제 선박이 통과하는 항로는 수㎞ 폭에 불과해 기뢰와 미사일, 드론 공격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해상 교통이 쉽게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호위 작전이 다시 시작될 경우 위험 수준은 1980년대보다 훨씬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란 전쟁이 3주차에 접어들었지만 미 해군은 아직까지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16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군함 지원 요구를 거부하며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에 유럽 호위함 두어 척이 가서 무엇을 하기를 기대하는 건가”라며 “막강한 미 해군도 그곳에서 스스로 해내지 못하는 일을 그 (유럽) 배들이 해주길 바라는 건가. 내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위해) 동맹국들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미 해군이 가지 않는 곳에 갈 국가는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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