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필요한 국가에서 군함을 보내서 호위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주요 국가들에서 이를 거절하려는 기류가 탐지되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는 법적으로 검토를 거쳐도 99%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15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정부는 기뢰 제거 드론(무인기) 파병을 고려하고 있다. 이미 해상에 배치된 군함을 포함해 석유 수송로를 확보하기 위한 추가 군함 파병은 현재로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프랑스, 독일, 한국 또한 미국 대통령의 요구에 응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으며, 국제 사회는 전쟁이 무기한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라고 다른 국가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신문은 "프랑스 국방부는 15일 자국의 태세는 '방어적이고 보호적인' 상태를 유지할 것이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역시 "프랑스도 군함을 파견하거나 추가적인 군사력을 해협에 배치하는 것을 거부했다"라며 "외무부 관계자들은 현재의 군사 태세는 분쟁을 확대하기보다는 지역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서 언급한 구체적인 5개 국가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요청 가능성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인 호주에서도 군함 파병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 나왔다.
캐서린 킹 호주 교통부 장관은 16일 호주 방송 A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요청 사항과 관련해 우리의 기여 방안을 매우 명확히 밝혀왔으며, 지금까지는 UAE(아랍에미리트)에 항공기를 제공하여 방어를 지원하는 것이었다"라며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다. 요청을 받은 적도 없고, 그러한 지원을 제공할 계획도 없다"라고 말했다.
오는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일본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군함 파병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지지통신>은 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측이 군함 파견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은데 어떻게 대응하겠냐는 질문에 "법의 범위 내에서 일본 관련 선박과 선원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중동 정세의 조기 완화를 위한 일본의 입장과 견해를 고려하여 논의할 것"이라며 실제 군함 파병과 관련해서는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일본 방위상은 "현재로서는 자위대 파병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통신은 정부가 현재 검토 중인 법률은 2015년에 제정된 안보 관련 법률이라면서 '무력 공격 사태법' 개정안에 따라 파병이 가능한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법안에서는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권리가 근저로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를 '존립 위기 사태'로 규정해서 자위대를 파병할 수 있다고 명시했는데,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한 조건을 충족하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통신은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이 되려면 ① 일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른 국가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하거나 ② 일본의 생존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 자유, 권리가 근본적으로 훼손될 명백한 위험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인정받기 위한 문턱이 매우 높다면서 일본 정부 내부에서는 "99%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2015년에 함께 개정된 '중요 영향 사태 법안'에서는 '방치할 경우 일본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태'가 발생하면 자위대가 미군 등 외국 군대의 후방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역시 "제지하지 않을 경우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무력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문턱이 결코 낮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또 '일본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실제 전투 지역에서의 자위대 활동은 금지돼 있기 때문에 통신은 "설령 지금 파병된다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자위대 관계자로부터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안보 관련 법률 외에도 방위성 설립법이나 특별조치법에 따른 '연구 및 조사' 목적의 파병도 논의되고 있지만, 어떤 법적 근거를 제시하더라도 '전투 종료 전 파병은 정치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베 신조 (安倍晋三) 전 총리가 2015년 안보 관련 법률 제정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 작업을 "일본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의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하긴 했으나 당시 국회 토론에서 "우리는 불법적인 선제공격을 감행한 국가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일본 정부가 이를 구실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16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의 연기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중국을 압박한 데 대해 린젠(林剑)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상 간 외교는 미중 관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략적 지침 역할을 한다"라며 "양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관련하여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린젠 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과 주변의 긴장 고조가 국제적인 상품 및 에너지 무역로를 마비시키고 지역 및 세계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고 있다"라며 "중국은 모든 당사국이 즉시 군사 작전을 중단하고 긴장 고조를 자제하며, 지역 불안정이 세계 경제 발전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현 상황에 대해 모든 당사국과 소통하고 있으며,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JP모건은 미국이 지난 13일 이란의 주요 석유수출기지인 하르그섬을 공습한 것을 두고 "분쟁의 확전"을 의미한다면서 이번 주말 즈음에 "에너지 및 주요 상품의 심각한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16일 기준 브렌트유(Brent)는 배럴당 약 105.66달러,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약 100.22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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