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은 16일 ‘미국·이란 전쟁의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보고서는 우선 기름값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 국면이 지속되면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 내다봤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오는 현상을 뜻한다. 가정과 기업에 이중으로 부담을 주며 심각한 경기 악화를 초래한다. 주로 원유와 가스를 포함한 에너지 비용이 급등할 때 나타난다. 미국과 이란 전쟁 발발 후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지난 12일부터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오피넷 기준 가격이 전쟁 전 71달러에서 2주일 만에 145달러를 돌파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유가 급등 시 원가 부담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수출입 외 실물경제 전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원유와 나프타 수급이 막혀 산업에 필요한 석유 제품 재고가 떨어지면서, 국내 제조업이 ‘올스톱’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롯데케미칼과 LG화학, 한화솔루션을 포함한 국내 주요 석유화학(석화) 기업들은 연달아 고객사에 ‘불가항력’ 가능성을 고지했다. 불가항력이란 원료가 막혀 도저히 공급이 불가능한 상황을 뜻한다. 석화 업체가 만드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같은 기초 유분은 산업에 꼭 필요한 핵심 소재라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이들 제품 공급이 막히면 국내 제조업 상당수가 사실상 두 손 들 수 있다. 조선업계 일부에서 그럴 조짐이 보이자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산업통상부에 에틸렌 물량 확보와 관련한 지원을 요청했다. 에틸렌은 선박 철판 가공이나 절단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물질이다. 일부 조선업체의 경우 이르면 2주 안에 에틸렌 물량이 동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화 업계에선 조만간 과자 봉지도 만들기 힘들 것이란 말까지 나돌고 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에너지 공급망 불안정성과 관련한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에너지 수급 불안과 물가 상승,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고 민생 지원을 위해 이달 말까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합의된 원유 비축량 2246만배럴을 향후 3개월간 단계적으로 방출하기로 했다. 산업통상부는 이번주 중 산업 위기관리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비축유 방출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한다.
반진욱·김나현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