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갑자기 코피를 자주 흘려요."
3월이 되면 병원을 찾는 부모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아이가 힘들면 부모는 더 힘들다. 새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반복되는 코피를 두고 혹시 학교생활이 버거운 건 아닌지, 말하지 못한 고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먼저 앞선다.
하지만 이 시기 아이 코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심리적 스트레스보단 '환절기 알레르기 비염'인 경우가 많다. 혹시 코피를 핑계로 체육 시간을 한 번쯤 쉬어가고 싶었던 아이가 있다면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다. 대부분은 마음보다 건조해진 코 점막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봄철은 비염 환자에게 가장 까다로운 계절이다.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하고, 황사와 미세먼지 같은 외부 자극이 늘어난다. 큰 일교차와 건조한 공기까지 겹치면서 코 점막은 쉽게 메마르고 예민해진다.
염증이 생긴 점막은 얇아지고 가려움과 이물감이 심해진다. 아이들은 이를 참지 못해 코를 비비거나 후비게 된다. 이미 약해진 점막은 작은 자극에도 쉽게 손상되고, 그 결과 코피로 이어진다. 자는 동안 무심코 코를 만지다 아침에 베개에 피가 묻어 있는 일도 적지 않다. 특히 미취학 아동과 초등 저학년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혼동되기 쉽다. 구별의 첫 단서는 '발열'이다. 열 없이 맑은 콧물이 반복되고 코 점액이 목 뒤로 넘어가는 증상이라면 비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발열과 전신 피로감이 함께 나타난다면 바이러스성 감기를 의심해야 한다.
지속 기간도 중요한 구분점이다. 감기는 대개 일주일 내외로 호전되지만, 비염은 원인 물질이 주변에 존재하는 한 수개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 달 내내 감기를 달고 산다"는 표현은 비염에서 흔히 등장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가려움이다. 비염은 코와 눈이 몹시 가렵다. 아이가 눈을 자주 비비거나 코를 찡긋거린다면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할 만하다. 감기 콧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성이 높아지는 반면, 알레르기 비염은 맑고 묽은 콧물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감별 검사가 필요하다. 비내시경으로 코 안을 확인하고, 피부반응검사나 혈액검사를 통해 특정 알레르기 항원에 대한 반응 여부를 살핀다. 알레르기 비염은 가족력과도 연관이 있어 부모 중 한 명이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다면 발생 가능성이 높다.
비염은 단순한 '코의 불편함'으로 끝나지 않는다. 김성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생명에 위협을 주는 질환은 아니지만 만성화되면 수면장애와 집중력 저하를 유발하고, 축농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성장기 아이의 학습과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비염은 '참는 병'이 아니라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침구를 60도 이상 온수로 세탁하고, 실내 온·습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카펫, 천 소파, 두꺼운 커튼, 털 인형처럼 먼지가 잘 쌓이는 환경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파를 가죽 소재로 바꾸거나 커튼 대신 블라인드를 사용하는 것도 진드기 수치를 줄이는 방법이다.
생활 속 관리도 중요하다. 김성원 교수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 콧속 점막이 쉽게 마르면서 비염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가습기로 목표 습도를 50% 이상 유지하고, 스프레이 형태의 식염수를 30분~1시간 간격으로 분무해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환경 개선만으로 증상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 꽃가루와 미세먼지, 학교 환경까지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때는 약물 치료가 병행된다. 항히스타민제는 콧물과 재채기 완화에 효과적이다. 다만 코 점막을 건조하게 만들 수 있어 증상에 따라 조절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콧속에 분사하는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는 권장되는 비염 치료법 중 하나다. 많은 부모님이 '스테로이드'라는 단어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먹는 약과 달리 코 점막에 국소적으로 작용하며 혈액 흡수는 극히 적다. 소아와 고령자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최소 2주 이상 꾸준히 사용해야 염증 억제 효과가 나타난다.
반면 코가 막힐 때 즉각적으로 뚫리는 느낌을 주는 혈관수축제는 사용 기간을 지켜야 한다. 코점막을 강제로 수축시켜 일시적 효과를 내지만, 5일 이내에만 사용해야 한다. 코가 너무 막혀 잠을 도저히 못 자거나, 비행기를 타야 할 때 등 급한 상황에서 단기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비염의 근본적 치료법은 면역치료다. 김성원 교수는 "환자가 주사를 맞는 불편함이 없고 안전한 설하 면역치료도 알레르기 비염으로 인한 환자의 불편감을 최소화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주경제=박보람 기자 ram07@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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