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2·3 불법계엄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재판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조태용 전 국정원장의 12·3 불법 계엄 직무유기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홍 전 차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주요 정치인 체포를 지시받은 사실을 조 전 원장에게 보고했으나, 조 전 원장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사안을 회피했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류경진)는 16일 조 전 원장의 직무유기 등 혐의 4차 공판을 열고, 홍 전 차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증인신문은 홍 전 차장 등 국정원 직원의 신원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한 채 진행됐다.
홍 전 차장은 이날 법정에서도 앞서 국회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진술한 것과 같이 윤 전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계엄 당일 오후 11시30분 조 전 원장 주재로 국정원 정무직 회의가 열렸고, 회의 직후 홍 전 차장은 조 전 원장을 독대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은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당시 조 전 원장 반응에 대해 홍 전 차장은 “특별한 반응을 안 보였고, ‘이재명, 한동훈 잡으러 다닌다’ 하니까 ‘내일 아침에 얘기합시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최소한의 업무지시는 달라’고 요구했으나, 조 전 원장이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옮기자 자신도 그대로 사무실을 나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조 전 원장)이 당시 계엄 관련 중요 사안을 보고 받았는데도 구체적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게 보고 내용에 대해 회피하려는 느낌을 받았다는 말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공직생활을 하다 보면 어떤 보고에 대해 답변하거나 정책 결정하는 과정에서 책임이 따른다”며 “제 주관적 판단이 잘못될 수 있지만, (조 전 원장이) ‘더는 관련 부분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취지이겠구나. 그래서 보고를 안 받겠다는 거구나’로 이해했다”고 했다.
조 전 원장은 2024년 12월3일 오후 9시께 대통령실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아 국정원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다음 달 초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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