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연세대 앞에서 21년째 고깃집을 운영해온 최모(68)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3월 대학가 인근 식당들이 기대하는 ‘개강 특수’가 예전같지 않아서다. 술을 적게 마시거나 아예 안 마시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최씨는 “예전에는 개강 초기에는 신입생 환영회나 단체 모임이 많아 술이 잘 팔렸는데 요즘엔 저녁 시간에도 술보다 음료 주문이 많다”고 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연세대 앞 한 음식점에 '소주 맥주 1900원' 입간판이 걸려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
대학가의 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술을 적게 마시는 MZ세대 문화가 확산하며 새벽까지 불을 밝히던 상권이 오후 10시만 돼도 적막해진다. 학생들이 술자리 대신 카페에서 모임을 갖거나 논알코올 음료를 찾는 경우가 늘며 대학가 상권은 ‘개강 특수’가 예전같지 않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이날 신촌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2년차 사장 30대 박모씨도 고민이 깊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가게를 열 땐 없었던 논알코올 메뉴를 추가할 계획이다. 박씨는 “소주나 맥주면 될 줄 알았다”며 “다른 매장에서 제로나 논알코올 맥주 제품이 잘 나가는 걸 보면서 주류나 음료 구성을 늘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도 술을 많이 마시는 문화는 찾기 힘들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서강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서주현(20) 씨는 “학교 모임도 커피 마시면서 하는 경우가 있다”며 “술을 아예 안먹지는 않지만 2차, 3차까지 가진 않는다”고 했다.
술을 잘 안 마시다보니 주량도 줄어들었다고 했다. 연세대 대학원에 다니는 이모(25)씨는 “대학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소주 2병 정도는 마셔야 잘 마신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지금은 한 병만 마셔도 엄청 잘 마시는 편으로 본다”며 “그 정도로 음주문화 자체가 바뀌었다”고 했다.
이같은 변화는 학내 모임에도 반영됐다. 신입생을 맞이하는 학생회나 동아리 운영진들 사이에서는 회식 자리에 ‘술 안 마시는 테이블’을 따로 만들거나 ‘술 강요 금지’ 팔찌를 나눠주는 등 바뀐 술문화가 이미 자리잡았다고 한다.
실제로 젊은 층 주류 소비는 감소세다. NH농협은행이 지난 1월 최근 3년간 자사 카드 고객과 NH멤버스 회원(하나로마트 고객)의 소비를 분석해 발표한 술 소비 트렌드를 보면 지난해 20대의 주점 소비 금액은 전년대비 20.9% 감소했다.
MZ세대의 음주 문화가 달라지며 대학가 상권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과거 새벽까지 영업하던 가게들이 밤 9~10시, 늦어도 자정 무렵 문을 닫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날 홍대나 이대 앞 상권 곳곳에서는 과거 음식점이 있던 자리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은 곳도 눈에 띄었다.
주요 대학 상권의 호프집 수도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주요 대학가의 호프·간이주점 점포 수는 2023년보다 △서대문구 창천동(연세대) 5.2%(192→182) △마포구 서교동(홍익대) 18.4%(365→298) △광진구 화양동(건국대) 22.3%(184→143)가 각각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삶을 위해 의도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의미의 신조어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가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MZ세대 사이 자기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집단적 분위기보다는 개인의 선호를 중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대학가에서 술 소비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 생활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이라며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해 바뀌고 있던 문화가 더 빠른 속도로 바뀌었다”고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