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자녀 학교와 직장 이동, 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는 예외를 인정해주기로 가닥을 잡았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투기적 성격의 1주택자에 대한 자금줄을 죄기 위한 방안으로 전세대출 규제 강화 카드를 들여다보고 있다. 전세대출을 쓰는 비거주 1주택자 중 일부가 상급지에 주택을 매수한 뒤 실거주는 다른 곳에서 하면서 부동산 시장 가격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당초 취지와 어긋난 전세대출에 대한 내부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재명 대통령이 규제 대상으로 지목한 ‘투자·투기용 1주택자’ 범위 설정을 두고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거주 1주택자 가운데 상당수가 직장 이동이나 가족 사정 등 불가피한 이유로 거주지를 옮겨 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는 주거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투기와 실수요자를 정교하게 구분해 내지 못한다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사유에 대해서는 규제상 예외를 두기로 방향을 잡았다. 당국은 직장 발령·이동, 부모 봉양, 자녀 학교 등을 대표적 사례로 보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납득할 수 있는 실수요 차원의 비거주 1주택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려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투기적 성격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는 규제를 한층 강화한다. 우선 공적 보증을 제한하는 방식이 테이블에 올랐다. 현재 1주택자가 수도권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때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을 통해 2억 원까지 전세대출 보증을 받을 수 있는데 보증은 아예 내주지 않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공적 보증을 막으면 은행은 전세대출을 취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주택 가격 또는 소득 수준에 따라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월 시가 9억 원이 넘는 주택을 보유한 이들에 대해 전세대출 보증을 금지했던 전례가 있다.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신용대출 규제 강화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최근 금융 당국 내부에서는 이들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추가로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지난해 6·27 대책을 통해서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100%로 제한했는데 해당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대출금리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금리는 시장에서 정해지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이 대통령이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다주택자는 물론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밝힌 것이 금융위가 비거주 1주택자를 상대로 대출 규제 강화를 강구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금융위는 은행권을 소집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 방안을 논의한 뒤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그 직전까지만 해도 금융 당국은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주택 관련 대출을 어떻게 회수할지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이 역시 지난달 13일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대출 연장 혜택이 공정한가”라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었다.
현재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서울·규제 지역 아파트 대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만기를 연장해 주지 않기로 한 상태다. 금융위는 수도권·규제 지역에서 은행권 대출(일시 만기 상환 기준)을 받아 보유한 임대사업자의 아파트를 1만 2000가구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것이 약 1만 가구다. 당국은 세입자의 계약 만료 기간까지 만기를 연장해주는 연착륙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정교한 정책 검토를 거쳐 다음 달 발표를 목표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 말 확정될 예정이었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도 이와 함께 발표된다. 금융위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8% 미만으로 가겨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2026년 3월 16일 (월) 금융면 언박싱 [ON AIR 서울경제]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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