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홍보한 암호화폐가 몇 시간 만에 폭락해 대규모 투자 피해를 낳았던 이른바 '리브라($LIBRA) 코인 사태'와 관련해 밀레이 대통령의 '홍보성 지지 표명' 대가로 500만달러(약 75억원) 지급을 논의했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문서 초안이 발견돼 논란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현지 매체 엘데스타페, 클라린, 라나시온의 14일(현지시간) 보도에 의하면 수사 당국이 확보한 암호화폐 로비스트 마우리시오 노벨리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밀레이 대통령을 포함한 주변 인사들과의 수십통의 전화 통화 기록과 총 500만달러 규모 지급 계획이 담긴 메모가 발견됐다.
노벨리는 미국인 코인 사업가 마크 헤이든 데이비스를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소개시켜 준 로비스트로 알려졌다
이 문건은 리브라 사태 발생 전 핸드폰 메모장에 작성된 것으로 "H와 논의한 최종 합의"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H는 리브라 프로젝트 핵심 인물로 알려진 암호화폐 사업가 헤이든 데이비스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메모에는 ▲150만달러(22억4천만원) 선지급 ▲150만달러 추가 지급(밀레이가 SNS에서 데이비스 등을 고문으로 소개) ▲200만달러 지급(약 30억원, 블록체인·인공지능 자문 계약 체결) 등 세 단계로 총 500만달러(약 75억원)를 지급하는 구조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메모에는 자금의 실제 수취인이 누구인지 명시돼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통화 기록과의 시점 일치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리브라 홍보 게시물이 올라가기 직전, 노벨리와 밀레이 대통령 사이에 여러 차례 통화가 오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름이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인 의사결정자와 수혜자를 가리키는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벨리의 휴대전화에서는 리브라 사태 발생 이후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준비된 메시지 초안도 발견됐다.
초안에는 "리브라 코인의 비전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프로젝트에 금전적 이해관계는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며, 수사 관계자들은 밀레이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뷰에서 사용할 메시지로 준비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문건 발견은 그동안 리브라 프로젝트와 금전적 연관성을 부인해 온 밀레이 대통령의 해명과 배치될 가능성이 있어 정치권의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
'리브라($LIBRA) 코인 사태'는 작년 2월 14일 시작됐다.
당시 밀레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 계정에 솔라나 블록체인 기반 밈 코인 '리브라($LIBRA)'의 계약 주소와 웹사이트 링크를 게시하며 해당 프로젝트를 홍보했다.
그는 게시물에서 "자유주의 아르헨티나는 성장한다. 이 민간 프로젝트는 아르헨티나 경제 성장을 장려하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자금을 지원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밀레이 대통령의 게시물이 나온 이후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코인 가격은 급등했으나 최고점을 기록한 뒤 불과 몇 시간 만에 가격이 95% 이상 폭락했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초기 자금 흐름을 분석한 결과 소수 계정이 대량 매도를 통해 자금을 빼돌린 정황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개발자나 내부 투자자가 가격을 끌어올린 뒤 대량 매도하고 사라지는 '러그 풀(rug pull)' 형태의 전형적인 코인 작전 사기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수만개의 지갑이 손실을 입었으며 피해 규모는 수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밀레이 대통령은 기존 홍보 게시물을 삭제하고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글을 올렸으며 문제를 인지한 뒤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또 해당 사건이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당시 야권은 대통령이 사실상 사기를 조장했다며 탄핵 가능성을 거론했고, 아르헨티나 연방 검찰과 반부패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작년 6월 아르헨티나 반부패기관은 밀레이 대통령의 SNS 게시물이 공식 정부 정책이 아닌 개인적 소통이었다는 이유로 행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형사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또한, 리브라 프로젝트 핵심 인물들이 미국과 연결돼 있어 미국 사법당국도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이후 밀레이 대통령은 리브라 프로젝트와 금전적 이해관계가 없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노벨리의 휴대전화에서 500만달러 금전 합의 초안과 위기 대응 메시지가 발견되면서, 밀레이 대통령이 그동안 주장해 온 "금전적 연관성 없음"이라는 해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증거들이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정치적 공방도 다시 격화되고 있으며, 사건이 향후 아르헨티나 정국에 적지 않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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