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에서 현장 상황을 보고하지 않으면 서울청에서는 상황을 알기 어렵다.” (김현권 당시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3팀 팀원)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3년 여가 지났지만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출석한 경찰들은 여전히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11건의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파출소는 현장 상황을 확인하지 않았고 용산경찰서는 ‘코드0 신고’를 파출소에 다시 알리지 않았다. 당시 경찰이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참사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 재확인된 셈이다.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참사 당일 서울청 112 종합상황실의 사건 접수와 분석·모니터링·무전 지령, 용산서의 112상황실 무전 지령, 이태원 파출소의 충돌·종결 기록 등 4단계가 동시에 무너진 것을 확인했다”며 “규칙과 수단, 인력은 있었지만 의지와 책임은 없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10명 대기 중 CCTV에도 “인력 부족”
특조위는 12∼13일 이틀 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청문회를 열고 참사가 벌어지기 전 11건의 압사 위험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경찰이 출동하지 않은 이유를 집중 점검했다. 관련 증인으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당시 이태원파출소 순찰팀 관계자, 용산서 112상황실 직원 등이 출석했다. 김현권 당시 서울청 112상황실 상황3팀 팀원 등은 참고인으로 나왔다.
청문위원들은 참사 당일 오후 6시34분부터 10시11분까지 11건의 신고가 있었는데 현장 경찰이 출동하지 않은 이유를 캐물었다. 신고는 모두 참사가 벌어진 골목 인근에서 집중됐으며 “사람이 많아서 압사당할 것 같아요(오후 9시10분)” “사람이 너무 많아 압사당하고 있어요(오후 8시53분)” 등 직접적으로 ‘압사’를 언급한 신고도 다수 접수됐다.
그러나 이태원 파출소는 단 한 번도 출동하지 않았고, ‘현장 조치’라고 허위 기록만 남겼다. 이에 대해 당시 파출소 순찰 담당자는 “현장 상황은 확인하지 않았다”며 “그날 이태원에 몰린 10만 명의 인파를 관리하기에는 출동 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에 양성우 특조위원이 당일 오후 9시쯤 파출소에 경찰 10명이 대기 중이던 화면을 보여주자 “11명의 시민이 신고한 건 경찰 조직에 요구한 것이지 파출소에 요구한 게 아니다”라며 “대규모 혼잡 경비는 사전 인력 배치가 필요하고, 서울경찰청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고가 반복적으로 접수되는 동안 상급기관에 보고하거나 추가 경찰력을 요청한 사실이 없지 않느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했다.
◆용산서, ‘코드0’ 지시 재전파 안해
서울경찰청도 파출소에 책임을 떠넘겼다. 김현권 팀원은 “현장에서 상황 보고를 하지 않으면 서울경찰청에서 상황을 바로 알기는 어렵다”며 “당시 특이하게 이태원 지역에 인력이 많이 배치되지 않았다고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병철 특조위원이 “그럴수록 더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현장에 물어봤지만 크게 위험성이 있지 않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청은 용산경찰서에 최단시간 내에 출동해야 하는 ‘코드0’를 무전으로 지령했지만 용산경찰서는 이를 이태원 파출소에 재전파하지 않았다. 곽광근 당시 용산서 112상황실 지령요원은 “공교롭게 동시에 성폭력 사건 관련 코드0 2건과 코드1 1건이 접수돼 지령 전략을 고민했다”며 “그 전에 비슷한 신고에서 보고가 들어와서 (이태원 압사 신고 관련해선) 이미 현장에 경찰관이 도착해 근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책임자들은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이유로 ‘실무상 관행’을 언급했다. 이태원 파출소 관계자는 ‘파출소에 출동 의무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의에 “매뉴얼상으로는 맞다”면서도 “실무상으로 압사 위험 신고의 본질은 파출소에 대한 현장 출동 요청이 아니라 인파에 걸맞는 기동대 투입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답했다. 곽 당시 지령요원도 ‘112신고 대응 매뉴얼상 신고 장소와 신고자 전화번호가 다르면 동일 건이 아니라고 되어 있는데 신고자와 장소가 다른 2건의 신고를 동일 건이라고 판단했다’는 지적에 “꼭 그렇지는 않다. 신고자는 여러 사람이 할 수 있고 동일 장소고 같은 장소면 실무적으로 (같은 건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양성우 특조위원은 “같은 지역에서 신고가 집중된다는 건 동일 건이 아니라 같은 지점에서 위험이 반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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