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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상생’ 외면한 메리츠의 약탈적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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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일요시사> DB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대한민국 유통업계의 한 축인 홈플러스가 벼랑 끝에 섰다. 기업 회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1000억원 규모의 출연금 분담을 두고, 주채권기관인 메리츠금융그룹(메리츠증권·화재·캐피탈)이 최종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홈플러스의 회생 계획은 2개월 뒤로 밀려났다.

사실상 ‘시한부 선고’다. 이 기간 동안 주 채권기관인 메리츠가 회생에 동참하지 않는 다면 홈플러스는 청산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업계는 물론 금융업계 관계자, 6.3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권도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된 모양새다.

메리츠가 끝내 움직이지 않아 홈플러스가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경우, 2만명의 직영 직원과 수만명의 협력업체 종사자들이 길거리로 나앉게 되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가 휘청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으로서의 공적 책임은커녕 ‘법의 테두리 안에서 기업의 고혈을 쥐어짜고 있다’는 비판이 메리츠를 향해 쏟아지고 있다.

고리대금업의 실체…1년에 2561억 원 회수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 2024년 5월, 홈플러스에 1조30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실행했다. 당시 위기에 빠진 홈플러스에 자금을 공급하는 ‘구원투수’를 자처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 드러난 실체는 ‘가혹한 이자 놀이’였다.

메리츠는 대출 집행 이후 단 1년 만인 지난해 5월까지 이자와 수수료, 원금 상환액 등으로 총 2561억원을 회수했다. 표면 금리는 연 8%였으나, 각종 수수료를 덧씌워 연환산 금융비용을 11~13%로 끌어올렸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 관계자는 “연 10%가 넘는 금리는 정상적인 기업 금융의 범주를 넘어선 사실상 고리의 대부업 수준”이라며, “기업을 살리기 위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담보로 단기 고수익을 챙기려는 약탈적 설계”라고 지적했다.

미존재 ‘가상 이자’ 861억원 청구…전문가들도 “경악”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메리츠가 회생채권 신고서에 기재한 내용이다. 메리츠는 미상환 원금에 ‘IRR(내부수익률) 기준 가상 이자’ 861억원을 추가로 얹어 신고했다. 이는 홈플러스가 회생을 신청한 날을 기준으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고 가정하고, 자신들의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역산해 산정한 금액이다.

또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회생 절차 중인 기업에 발생하지도 않은 미래 수익을 ‘가상 이자’라는 명목으로 청구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탐욕”이라며, “주 채권기관이 회생 채권액을 부풀려 자신들의 배당권만 강화하고, 정작 회생에 필요한 자금 출연은 거부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담보에 숨은 메리츠의 “우리는 손해 안 본다” 배짱

메리츠가 출연을 거부하는 배경에는 ‘담보 우위 구조’가 있다. 메리츠는 홈플러스의 핵심 부동산을 담보로 잡아, 설령 홈플러스가 파산하더라도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받도록 설계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금융기관이 이익을 중시하는 것은 업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건 책임을 다할 때 성립하는 얘기”라며, “기업이 파산할 경우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예상되는 국가 혈세 투입에 대해 메리츠도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메리츠는 ‘홈플러스가 망해도 우리는 돈을 번다’는 확신 아래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며 “국민의 예금과 보험료로 성장한 금융그룹이 사회적 파장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는 행태는 전형적인 ‘벌처펀드(Vulture Fund)’ 식 행태”라고 규탄했다.

유통 생태계 붕괴 위기…“협력업체 연쇄 파산 불 보듯 뻔해”

유통업계는 홈플러스의 청산 가능성에 공포에 떨고 있다. 전국 수십개 점포의 문이 닫히면 직영 직원뿐 아니라 입점 상인, 물류, 배송, 청소 등 연관 산업 종사자들의 생계가 즉각 끊긴다.

홈플러스의 국내 유통시장 매출은 연간 약 7조원대로 추산된다. 이 같은 매출은 단순히 한 기업이 만들어 내는 단순한 수익이 아니다. 수천개의 협력업체와 피라미드 식으로 연계된 경제 활동이다.

홈플러스의 협력업체는 약 4000개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협력업체의 연간 납품 규모는 약 3~4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기업 회생이 실패하면 이 부분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홈플어스 협력업체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수천개의 중소 협력업체가 물품을 공급하는 거대 플랫폼”이라며 “홈플러스가 무너지면 대금 미지급으로 인한 협력업체들의 도미노 파산은 막을 수 없으며, 이는 곧 한국 유통 생태계의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홈플러스가 청산될 경우, 고용유지 지원금과 실업급여 등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돼야야 한다. 결국 메리츠가 챙긴 ‘고리대금’의 뒷감당을 국민 세금으로 치러야 하는 셈이다.

지자체 선거 앞둔 정치권에 ‘홈플러스 폭탄 던진 메리츠’

6·3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둔 정치권도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메리츠가 홈플러스 회생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청산 위기에 처한 홈플러스는 실직과 연쇄 부도 및 지역경제 타격 등으로 정치권에 폭탄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은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이 만들어내는 참담한 현실은 정치권에 핵폭탄이나 다름없다. 업의 특성상 중소 납품업체들은 특정 유통채널 배타적 의존도가 높은 특성 때문에 이로 인한 연쇄 도산 가능성은 심각하다.

실제로 홈플러스가 청산될 경우, 홈플러스 직원들은 물론이고 협력업체 등에까지 고용유지 지원금과 실업급여 등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결국 메리츠가 챙긴 ‘고리대금’의 뒷감당을 국민 세금으로 치러야 하는 셈이다.

정치권의 걱정하는 또 하나의 폭탄은 지역경제 영향이다. 홈플러스 매장은 전국적으로 12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곳당 매출은 연간 800억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매장이 창출하는 총 경제규모는 1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메리츠의 회생 불참으로 홈플러스가 청산위기에 처해 대규모 점포 폐점이 발생할 경우 상권 붕괴 -> 상가 공실 및 연쇄 부실 -> 지역 고용 감소 등으로 그 영향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 지역 경제가 망가지는 것을 방치한 정치권을 지지할 유권자는 없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폭탄이 될 수 밖에 없다.

메리츠 선택이 ‘금융의 도덕성’ 결정

금융은 신용과 상생을 바탕으로 한다.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를 통해 이미 수천억원의 이득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회생의 불씨를 살릴 1000억원의 출연을 거부하는 것은 금융기관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부정하는 처사다.

정치권에서도 메리츠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강력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메리츠는 지금이라도 ‘법적 정당성’ 뒤에 숨지 말고, 주 채권기관으로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국민들은 메리츠가 사회적 고통을 분담하는 ‘상생의 주역’이 될지, 아니면 기업의 비극을 발판 삼아 이익만 챙기는 ‘약탈자’로 기억될지 지켜보고 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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