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 의욕 저하가 30%로 가장 많아
日 공교육 체계⋯학생 다양성 수용 못해
일본의 초·중학교 장기결석(등교거부) 학생 수가 35만명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 부적응’이 개인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로 불거졌다. 획일적 공교육 체계의 한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본 사회 전역에 퍼지고 있다.
14일 일본 문부과학성 통계와 일본교육신문 보도 등에 따르면 2024학년도 기준 초·중학교 등교 거부 학생 수는 35만397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2년 연속 증가세다. 단순한 결석 통계를 넘어 기존 공교육 체계가 다양한 학생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일본 언론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교육신문은 ‘등교 거부 35만명 시대’를 조명하며 “학생 개개인에게 맞춘 학교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양경제신문 역시 등교 거부 학생 증가를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해석했다. 학생 모두를 같은 속도와 기준으로 맞추는 학교 운영 방식이 현실과 충돌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 현행 학제는 ‘평등한 교육 기회 확대’를 바탕으로 도입됐다. 2차 대전 이후 일본은 초·중·고교 학제를 6·3·3제로 도입했다. 당시 미국 교육사절단 보고서를 토대로 재편한 학제다.
성별과 계층·지역 간 격차를 줄이고, 더욱 폭넓은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했다. 그러나 평등을 위해 도입된 단선형 학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다양한 학생을 포용하지 못하는 구조로 굳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부과학성 통계는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초등학교 등교거부 학생은 13만7704명, 중학교는 21만6266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증가율은 전년 대비 2.2%로 둔화했지만, 전체 규모는 역대 최대다.
학교 당국이 파악한 주요 징후로는 △학교생활에 대한 의욕 저하(30.1%)가 가장 많았다. 뒤이어 △생활 리듬 불안정(25.0%) △불안 및 우울(24.3%) △학업 부진 및 과제 부담(15.6%) 순으로 나타났다. 단순 결석이 아니라 학교생활 전반의 적응 문제와 심리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원 체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전체 등교 거부 학생의 61.7%인 21만8246명이 학교 안팎 기관에서 상담이나 지도를 받았다.
학교 밖 기관의 지도를 출석으로 인정받은 학생은 4만2978명, ICT를 활용한 재택 학습을 출석 처리 받은 학생은 1만3261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학교 밖 배움을 정규 교육 경로로 폭넓게 인정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동양경제신문은 비용과 지역 격차 문제를 등교거부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일본에서 등교거부 학생의 대안 공간으로 △프리스쿨 △대안학교 등을 마련한 상태다. 다만 일반 학교와 달리 적지 않은 이용료(수업료)가 발생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지원 범위와 수준은 지역별 편차가 크다.
결과적으로 학교를 벗어난 학생일수록 무상교육 체계의 보호에서 멀어지고, 거주 지역과 가계 여건에 따라 학습 선택권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일본의 등교거부 학생의 증가는 학생 개인의 적응 실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같은 시간표와 진도, 평가 기준을 전제로 한 기존 학교 운영 방식이 변화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 교육이 풀어야 할 과제는 학생을 하나의 기준에 맞추는 데서 벗어나, 다양한 배움의 형태를 공교육 체계 안에서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모이고 있다.
마쓰모토 요헤이 일본 문부과학대신(장관)은 초ㆍ중학교 불등교가 최대를 기록한 데 대해 "극히 우려스럽고,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최대한의 위기감을 느끼고 대응하겠다. 등교거부 학생의 학습 지속과 상담체계 강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투데이/김준형 기자 ( junior@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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