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김민석 국무총리와 대화하면서 북미 대화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약 2주일 앞으로 다가온 중국 방문을 계기로 전격 성사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방문한 김 총리와 예정에 없던 20분간의 면담을 진행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김 총리가 기자간담회에서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반복해온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김 위원장이 미국과, 나와의 대화를 원하는지 궁금하다”며 김 총리에게 의견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의 보좌관에게 7년 전 ‘판문점 북미정상 회동’ 사진을 가져오도록 해 김 총리와 함께 보면서 북미 대화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였던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바 있다. 당시 북미 정상의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현재의 엑스·X)로 김 위원장과의 DMZ(비무장지대) 회동을 제안한 지 불과 32시간 만에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백악관으로 복귀한 뒤에도 북미 대화에 대한 의지를 여러차례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 때는 “김 위원장과 다시 한번 얘기를 하게 되기를 바란다”며 연내 대화 의사를 피력했다.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방문 등을 위한 아시아 순방길에서는 기내에서 “그(김 위원장)가 만나고 싶다면, 나는 분명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내 언론회견에서도 “지난번(2019년 6월) 그를 만났을 때 나는 내가 한국에 온다는 걸 인터넷에 공개했다”고 상기하는 등 ‘깜짝 회동’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말 APEC을 계기로 부산에서 회담한 뒤 5개월 만인데, 이 시기를 전후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재회’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면담에서도 “(김 위원장과) 만나는 것은 좋다. 만나는 것이 참 좋다. 그런데 그것이 뭐 이번에 중국 가는 시기일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닐 수도 있고, 그 이후일 수도 있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는 것이 김 총리의 전언이다. 자신의 이번 방중을 계기로 김 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고 여지를 두되 시기에 얽매이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총리는 “시기 문제가 핵심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기를 딱 그때 맞춰 앞당기거나 연계시키려는 차원의 제안은 아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판문점 회동이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성사된 전례가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과 그의 즉흥적인 성격 등을 고려하면 ‘판문점 회동 시즌2’가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셈이다.
김 총리가 기자들에게 자세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김 총리의 조언을 듣자 보좌관에게 ‘몇 가지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관에게 “(내가 말씀드린) 중요한 내용을 더 파악할 것을 지시했고, 그에 기초해서 북한과의 관계와 관련해 어떠어떠한 조치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을 또한 지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관을 통해 어떤 것을 파악하라고 했는지, 어떤 조치를 지시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김 총리가 지난 1월에 이어 전날 다시 만난 JD 밴스 미 부통령과의 회동이 그 단서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김 총리는 밴스 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대북 특사 파견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만남에서도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잘 보좌할 수 있겠느냐”라고 조언을 구했고, 김 총리는 “친서, 특사, 직접 방문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라고 답했다.
이 같은 점으로 미뤄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측에 특사나 친서를 통해 의사나 제안을 전달하는 등 작업을 지시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김 총리는 밴스 부통령에게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메모를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비슷한 내용의 메모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김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 모두 자신과의 만남에서 북미 대화에 깊은 관심과 의지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관심의 영역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재회를 추진할 경우 성사 여부의 키를 쥔 것은 결국 김 위원장이다. 중·러와 밀착 속에 이미 핵무기를 확보한 김 위원장이 과거보다는 북미 대화에 나설 동기가 줄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고, 김 총리도 “이는 현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지난달 노동당 9차 대회에서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조미(북미) 관계의 전망성은 미국 측의 태도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미 대화에 대해 여전히 가능성을 닫아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도 역시 ‘북한 비핵화 포기’를 조건으로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여건이 무르익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에 응하겠다는 의사로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상대로 군사공격에 나서 상대국 최고 지도자를 압송 또는 제거한 것을 본 김 위원장이 ‘보험’ 차원에서라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채널을 복구하려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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