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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안 팔린 집 2개월 만에 매도했습니다"...정철민 매도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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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내놔 본 사람은 안다. 아무리 좋은 입지, 괜찮은 가격에 내놔도 안 팔릴 때는 정말 안 팔린다. 문제는 '왜 안 팔리는지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중개소 한 두 군데에 맡겨 두고, 매수자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게 전부다. 사진은 중개사가 대충 찍은 어두컴컴한 휴대폰 사진과 감으로 정해진 가격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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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전산학부 석사과정을 중단하고 부동산 투자에 뛰어든 정철민 매도왕 대표는 10년간 22번의 매도 경험을 쌓으면서 이 답답함을 절감했다.

"개인 경험에 고객 매도 건수까지 합치면 150회가 넘는 매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어요. 일반인은 일생에 매도 경험이 5번도 안 되니까 전문적일 수 없죠. 고객들을 인터뷰해보면, 엉망으로 촬영한 사진으로 의뢰하고, 알고 지내던 중개사에게 가격 결정부터 매도 전략까지 전부 의지하고 있더라고요."

경험이 많은 정 대표가 볼 때는 답답했다. 안 팔려서 힘들다고 하는데, 조금만 신경 쓰면 훨씬 빨리 팔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창업으로 이어졌다. 사업 초기, 정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사다리 TV' 구독자들을 인터뷰하면서 3가지 문제를 발견했다.

첫째, 사진이 엉망이거나, 그마저도 없는 경우다. 둘째는 집과 가까운 중개소 한 곳에만 내놓고 무작정 기다린다. 마지막으로, 가격을 중개사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팔리지 않을 가격에 내놓는다.

"저희는 실거래가와 호가 데이터를 기준으로 팔릴만한 가격을 정확하게 제안해요. 심지어 너무 싸게 내놓은 고객 매물을 비싸게 올려 매도한 경험도 있죠."

한 군데 내놓을 때 매도 확률이 0.1%라면, 150~250곳에 내놓으면 확률이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고객은 중개의뢰를 수작업으로 해야 해서 하루를 꼬박 써도 50군데밖에 못 내놓지만, 매도왕은 기술로 1시간 내에 200군데 이상 의뢰를 마친다.

기존 중개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대형 플랫폼에 매물을 올려놓고 매수자가 오기만 기다린다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할 때 목적을 갖고 검색하지 않고, 우연히 광고를 통해 발견한 물건을 구입하기도 하는데, 가장 비싼 자산 중 하나인 부동산은 역설적이게도 플랫폼의 접속만 기다린다.

"중개가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매물 홍보는 디지털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중개사들은 사진 촬영·보정, 광고 전문가가 아니죠. 그런 것에 투입할 자원이 없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매도자의 매물을 중개사와 예비 매수자에게 홍보하는 광고대행사 역할을 합니다."

그는 "매물 인근 공인중개사에게 일일이 연락하고, 동의를 구한 뒤 매물을 전달한다"면서, "이 과정도 자동화돼 일반인보다 훨씬 빠르게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중개는 매수·매도자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는 단독 중개와, 한쪽을 대리하는 공동 중개로 나뉜다. 매도왕이 매물을 직접 전달하면, 중개사는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수익이 2배가 된다. 매수자가 있다면 매도왕 매물을 우선적으로 보여줄 동기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중개사들은 별도 비용 없이 매물 사진과 상세정보, 건축물대장, 등기부등본까지 받아서 바로 업로드할 수 있죠. 매도왕에 있어서 공인중개사들은 가장 중요한 파트너예요."

매도왕은 중개법인을 운영하지만, 매물 홍보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직접 중개에 나서지 않는다. 중개는 의뢰받은 중개사가 직접 한다. 매도왕이 받는 보수는 광고대행비에 가깝다. 착수금 10~20만 원, 성공 시 0.25%(최저 110만~최대 330만 원)다.

창업 이래 현재까지 월평균 6건 이상, 누적 200여 건 거래를 성사했다. 누적 매출은 3억 원을 넘었다. 창업 초기 고객 사례가 생생하다. 경남 진주시에 있는 5,000만 원짜리 주공 아파트였다. 고객 상담을 해보니 실거래가와 동떨어진 가격에 중개사 한두 곳에만 내놓고 의지하고 있었다. 1년간 안 팔렸다.

"임차기간 남아 있던 매물이라 쉽지 않았는데, 매수자분이 그 단지 안에 거주하는 다른 임차인이었어요. 저희가 진주시의 모든 공인중개사들에게 빠짐없이 홍보했고, 그중 한 분이 그 임차인을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던 거죠."

매도왕이 빠짐없이 매물을 의뢰했고, 정보 비대칭 때문에 닿을 수 없었던 네트워크까지 도달해서 거래가 일어났다. 그는 "단순히 많이 내놓기만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꼼꼼하게, 거미줄 치듯이 매물을 소개하고, 지속적으로 중개사들과 소통한다"면서, "예비 매수자가 한 명이라도 나타나면 무조건 저희 매물을 볼 수 있게 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앤틀러 코리아 배치 3기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임주성 CTO는 AI 전문가다. 초기 매도왕 시스템을 AI를 활용해 빠르게 구축했다. 이후에도 AI로 기업 프로세스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서비스 '매도왕'만 보면 단순히 프롭테크 기업 같지만, 임주성 CTO 덕분에 시작부터 AX 유전자가 심어진 AI 기업에 가까워요. 회사 내 많은 프로세스에 AI를 도입해서 비용을 줄이고 있죠."

매도왕을 운영하다 보니 또 다른 문제가 보였다. 하루에 500명에 가까운 중개사와 전화통화를 한다. 그러다보니 누가 누군지, 연락처 저장을 해도 소통 이력까지 기억해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만든 게 '모모콜'이다. 통화·문자 내역을 요약하고 고객관리, 메모 등을 돕는 후속업무 에이전트 앱이다. 시중에 나온 통화요약 앱들은 요약이 1회성이다. 또 업무처리가 연계되지 않는데, 모모콜은 고객과의 이전 통화 문맥을 모두 기억한 채로 요약하고 업무를 처리한다.

지난 11월 첫선을 보였다. 리텐션 84%, 유료 전환율 19%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6개국에 출시돼 있다.

"중개사와 소통하다 보면 매물을 전달했는데 기억을 못 하거나, 고객 응대가 아쉬울 때가 있어요. AI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해, 모모콜을 내놨죠. 중개사의 표준 앱이 된다면 국내 중개 수준도 레벨업할 수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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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매도자들의 매도 경험, 중개사들의 중개 경험까지 매도왕과 모모콜로 한 수준 높이는 게 목표다. 프롭테크 후배 창업가에게 "본인이 하고 싶은 서비스를 만들기보다는 고객들이 정말 골치 아파서 수백만 원까지 지불할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하라"고 말했다.

"부동산 분야는 기존 관습을 바꾸기 어려워요. 시장 참여자 연령대가 낮지 않고, 법령도 까다로워서 새로운 서비스가 자리잡기 쉽지 않죠. 그럼에도 매도왕 같은 서비스가 생길 수 있는 배경은 고객의 고통이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만 생각하세요."

카이스트를 중단하고 집 22번을 팔아본 공학도가, 부동산 중개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깨기 위해 매도왕과 모모콜을 내놨다. 1년 동안 팔린 집을 2개월 만에 파는 한 창업가의 집념이, 부동산 거래 시장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문지형 스타트업 기자단 jack@rsqu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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