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3일 서울 영등포시장 내 한 식당을 방문해 점심을 먹고 있다. 2026.3.13 [사진=연합뉴스] |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지방선거를 두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국민의힘이 내부 문제로 여당과의 경쟁 출발선에 서지 조차 못하고 있다. 당 노선을 둘러싼 장동혁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갈등은 소강 기미가 요원한 채 강대강 대치가 길어지는 모습이다. 공천을 총괄하는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이유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돌연 사퇴 후 잠행에 들어가면서 당내에서도 "지선 선전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푸념이 나온다.
전날(12일) 오 시장의 2차 공천 미등록으로 혼란을 겪은 당은 13일 오전 다시 한 번 '폭탄'을 맞았다. 이 공관위원장이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한 방향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전격 사퇴를 선언하면서다. 이 공관위원장이 짧은 출입기자 공지 만을 남긴 채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휴대폰을 꺼놓으면서 야권에선 사퇴 배경을 둘러싼 다양한 추측이 오갔다.
공관위 부위원장인 정희용 사무총장은 이날 "부산·대구 지역 공천 방식을 두고 전날 공관위 내부에서 이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복합적인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며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의 공천 미등록 사태가 사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공관위원장이 전날 공천 등록 마감 직전 오 시장에게 "언제든 추가 등록은 가능하다"고 언급했던 만큼, 오 시장에게 직접적인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이 공관위원장 사퇴 발표로 당이 패닉에 빠진 이후에도 전날 오 시장의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인적쇄신 요구에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맞받으며 혼란에 기름을 부었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이 공관위원장 사퇴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지도부 비공개 회의 뒤 "공천은 공정이 생명"이라며 오 시장 공천 추가 등록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당권파 측근들을 통해선 오 시장의 요구가 '당권 탈환을 위한 정치적 의도'라며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오 시장을 향해 "당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의미라면 그걸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냐"며 "그게 적절한 요구인지는 많은 분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후보도 찾을 수 있느냐는 말엔 "모든 상황이 열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오 시장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뜻도 강조했다. 지도부는 이미 오 시장을 대체할 '플랜 B' 카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선대위 조기 출범 요구에 대해 "당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당대표를 물러나게 하려는 것이라면 그것 자체가 혁신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하이서울기업지원 설명회 및 특강을 마친 뒤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후보 공천등록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3.12 [사진=연합뉴스] |
이를 들은 오 시장 역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이날 초등학교 방문 일정과 서울시의회 출석 등 공식 일정을 정상 소화한 그는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와 무관하게 혁신 선대위 구성과 친윤계 당직자 경질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공천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과 뜻을 같이하는 당 쇄신파에선 그가 구체적으로 혁신 선대위원장으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친한(친한동훈)계 박정훈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 시장이 김 전 비대위원장을) 유력하게 생각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장 대표 얼굴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으니 혁신 선대위에 다른 얼굴을 앉히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오 시장과 활발히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장파 김재섭 의원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종인 비대위 정도의 혁신 선대위 모습을 생각하고 있다"며 "만약 장 대표가 혁신 선대위를 받지 않으면 서울 선거는 그냥 내버려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의원총회 '절윤(絶尹)' 결의 이후에도 당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도는 20%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47%)에 2배 이상 뒤지는 수치로 장 대표 취임 이후 최저치를 재차 경신한 것이다(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접촉률 44.4%, 응답률 11.9%,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마음이 급한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오 시장과 장 대표, 이 공관위원장 모두 갈등 봉합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하는 분들이 양보 없는 강대강의 극단적 대치만을 이어가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우리 당원들과 국민은 크나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서로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서로의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하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공천 신청을 추가 접수한 김태흠 충남지사도 이날 면접을 앞두고 오 시장을 향해 "당이 어떻게 하면 하나로 갈까 하는 고민 속에 당인으로서, 당 중진으로서 당을 위해 희생·헌신하는 마음이 앞섰으면 좋겠다"며 등록을 촉구했다.
다만 당 일각에선 이미 장-한(한동훈)갈등, 노선 갈등도 제대로 봉합되지 못한 상황에서 어떤 노력도 당 분위기 반등에 소용이 없는 지경까지 왔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나온다. 한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간 노선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지도부의 행보를 지적하며 "설 연휴 전에는 내부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든 완벽히 정리했어야 그나마 선거에서 승산이 있었을 것"이라고 당의 지선 선전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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