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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침공 전쟁, 한국 언론은 트럼프 말과 한국 주식에 더 집중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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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bada@pressian.com)]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침공 전쟁에서, 한국 언론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한국 주식시장에 더 집중해 보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 주장을 객관적 정보처럼 전달하거나, 선제공격 국가의 용어를 그대로 받아쓰는 편향성도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한국 언론의 이번 이란 전쟁 보도는 실패했다"며 "저널리즘 본령을 지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13일 <프레시안>이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서비스를 통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이란 침공 전쟁을 다룬 기사 제목 1만 1180개의 단어 사용 횟수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가 1737개(15.5%)로 1위를 차지했다. 전쟁(1656개), 공격(1082개), 공습(1046개)은 차례로 뒷순위를 차지했다. 이란, 중동, 이스라엘 등 국가명을 제외한 결과다.

상위 빈도 20위 내의 단어만 보면, 경제적 용어와 군사적 용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경제적 개념으론 유가가 845개로 7위를 차지했고, 증시(376개), 달러(347개), 급등(342개), 코스피(321개) 등이 유사한 빈도수를 보였다.

"코스피, 한번 시원하게 울었다..지금부터 전쟁 이전과 다른 길 간다", "이란전쟁 장기화? 드론전쟁에 줍줍 타이밍된 미국주식 '아OO'", "'이란 종전 협상 소식 안 반갑네'...간만에 반짝한 해운株 ‘제자리’", "'어서 타', 이번엔 김승연 美-이란전쟁에 ‘회장님 밈’ 방산주로" 등의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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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3월 11일 보도된 기사 제목 1만 1180개의 단어 빈도 분석 결과. 푸른색은 상위 20개 단어다. 붉은색은 국제법 위반, 주권 침해 등과 연관된 비교 집단 단어다. ⓒ프레시안(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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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단어를 중심으로 의미망을 분석한 그림. 중앙에 모일수록 의미망의 중심에 있다. 증시, 주가 등의 단어군의 분포가 두드러진다. 평화, 국제법, 위반 등의 단어군은 핵심 의미망에 연결돼있지 않아 등장하지 않는다. ⓒ프레시안(손가영)



반면, 이번 전쟁의 국제법 위반 쟁점이나 침공 맥락과 연관된 단어는 10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국제법은 24개로 572위, 위반, 위배, 파기 등의 단어는 총 23개, 불법은 총 26개, 주권은 총 33개로 모두 600위권으로 나타났다.

영토주권을 침해했다는 의미를 포함한 침공과 침략은 각각 34개, 25개로 분석됐다. 12일 동안 평화는 59번, 인도는 29번, 유엔은 46번 기사 제목에서 등장했다.

진격, 성공, 참수 미국 입장의 단어

선제공격 국가에 편향적인 단어 사용도 두드러졌다. 진격, 참수, 성공, 제거 등의 단어다. '적을 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진격은 피아가 구분된 단어다. 지난 5~6일, 다수 언론은 이라크 쿠르드족 수천 명이 지상전에 가세해 '이란에 진격했다'는 보도를 냈다. 출처는 미국 폭스뉴스가 인용한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이었다.

그러나 쿠르드족이 이란 지상전에 참전했는지 여부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다. 관련 보도를 감시해 온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지난 11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쿠르드자치정부가 병력 투입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한 단어를 그대로 받아썼다"며 "전쟁 참여국의 프로파간다(선전)를 의심하지도 않고, 속보 등의 이름으로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참수, 제거 등의 단어 사용에도 "전시엔 더 진중하고 신중해야 할 언론이 참수라는 지극한 공포를 낳는 말을 그대로 따라 쓸 수 있느냐"며 "반대로, 누군가 '트럼프 제거', '트럼프 참수'를 주장한다고 해서 한국 언론은 이를 그대로 쓸 거냐? 용어 사용에도 서구편향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이 묻어난다"고 지적했다.

한국 언론은 주로 외신을 인용해 이란 전쟁을 보도하고 있다. 언론이 기사에서 언급한 외신의 빈도를 살펴보면, <로이터> 1291건, <뉴욕타임스> 1001건, <월스트리트저널 669건>, <CNN> 614건, <AP통신> 444건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알자지라>는 120건, <신화통신>는 60건 등이었다. 영미권 언론이 출처인 기사가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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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카인즈로 분석한 2월28일~3월11일 미국,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전쟁을 다룬 기사의 날짜별 분포 그래프. ⓒ프레시안(손가영)



'전쟁광' 말 받아쓰기

<프레시안>이 트럼프, 트럼프 행정부, 미국 등의 단어와 큰 따옴표(")가 연결된 형식의 기사 제목만 추려본 결과, 747건의 기사가 검색됐다. 이는 큰 따옴표만 적힌 제목이나, 트럼프와 따옴표가 바로 연결되지 않은 제목, 미국 국방부 등의 주어가 적힌 제목 등은 제외된 최솟값이다.

모두 트럼프란 단어를 앞에 두고 “하메네이 사살 성공…이란 국민, 조국 되찾아라”, “전쟁 마무리 수순 호르무즈해협 장악도 생각 중”, "초등학교 공격, 이란의 소행일 것 무기 정확도 떨어져", "이란 지도자 되려고 하는 모든 사람은 결국 죽는다" 등의 발언이 뒤를 잇는 제목들이다.

전 교수는 이를 받아쓰는 보도에 "그따위 전쟁 보도를 당장 때려치우라"고 강하게 비판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허위 정보를 진실처럼 주장한 전력이 여러 차례 있고, 필요하면 국제법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호전적인 태도를 드러내 왔다. 전 교수는 "전쟁광 트럼프의 언행을 딴 선정적인 기사를 내놓을 것이냐"며 "프로파간다를 그대로 번역해 옮기는 건 또 다른 프로파간다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또 "언론이 트럼프 말에 끌려가면서 상황을 더 혼란하게 만든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동안 1~2일 단위로 여러 차례 입장과 전략을 바꿨는데, 이를 받아쓴 속보가 집단으로 양산되면서 혼란을 가중했다는 지적이다. 한 예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쿠르드족의 이란 공격을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했고, 8일엔 "쿠르드족의 이란전 개입을 원치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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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이란 <테헤란타임즈>는 1면에 '트럼프, 희생자들의 눈으로 보아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미군 오폭으로 숨진 이란 미나브 여학생 초등학교 공습 사건의 희생자 사진을 실었다. ⓒ테헤란타임즈



민간인 살상 와중 '방산주 급등' 환호

김가연 피스모모 리서치랩(평화저널리즘) 실장은 "언론은 침공 초기, 미국·이스라엘의 침공 행위를 '예방 공격'이라고 잘못 쓰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적의 공격이 임박해 정당방위로 먼저 공격하는' "선제공격(Preemptive)"이라고 주장했으나, 일부 언론이 이를 '예방공격'으로 표현했다는 지적이다.

김 실장은 "선제공격도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 받아쓰는 것도 문제이지만, 일부 언론이 쓴 '예방 타격'이란 표현은 미국을 감싸주는 언어가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전체 보도 분포를 보면, 인권·평화적 가치나 국제법 원칙에 방점을 둔 기사보다 '방산주 주가 치솟는다', '정밀 타격 천궁, 빛을 보는 K-방산', 코스피 급락·급등 등의 증시나 무기 산업의 호황을 다룬 기사가 훨씬 더 많이 생산되고 있다"고도 밝혔다.

김 실장은 나아가 "이번 전쟁 보도를 보며, 누가 언론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며 "이런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맥락을 짚어주는 보도를 일반 언론에서 찾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유튜브 콘텐츠를 찾아보게 됐다"며 "트럼프 발언을 집중 보도하는 만큼 다른 국가의 입장이나, 국가가 아닌 전쟁 피해자, 시민단체 등의 목소리는 거의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전 교수는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서, 지금 현장에 가서 현장 취재에 바탕을 두고 기사를 쓰는 한국 기자가 한 명이라도 있느냐, 타국 언론들이 하는 걸 왜 한국 언론은 하지 못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사실 취재를 기반으로 진실에 대해 심층적인 접근을 하는 게 저널리즘의 본령인데, 지금 보도가 이 원칙에 어느 정도로 부합하는지 언론은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 단어 분석 :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통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전국일간지(12개) △경제일간지(13개) △방송사(5개) △전문지·주간지(10개) △인터넷신문(11개) 등을 대상으로 '이란, 이스라엘, 미국' 검색어로 검색한 결과, 1만 1180개의 기사가 검색됐다. 형태소 분석기를 이용해 기사 헤드라인의 단어를 분류한 후 빈도를 분석했다.

[손가영 기자(bad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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