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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숫자 세다 잠드는 영상…"웃을 일 아냐" 의료계 경고 나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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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 직전 모습 촬영해 콘텐츠 소비
일부 영상서 의료진까지 참여해
가벼운 이벤트처럼 소비 위험
최근 온라인에서 이른바 '수면마취 버티기 챌린지' 영상이 확산하며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병원에서 위내시경이나 피부 시술 등을 위해 수면마취에 들어가기 직전 환자가 숫자를 세거나 마취에 버티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들이 SNS와 유튜브에서 수십만에서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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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스타그램에는 수면마취 직전 모습을 촬영한 영상은 최근 '버티기 챌린지' 형태로 확산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13일 연합뉴스는 SNS에서 확산 중인 '수면마취 버티기' 영상의 위험성을 조명했다. 실제 최근 인스타그램에는 수면마취를 받는 환자가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며 버티려다 몇 초 만에 잠드는 영상이 올라와 조회 수 53만회를 넘겼다. 마취 약물이 투여되자 환자의 눈이 풀리고 말이 어눌해지는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담겼다. 이처럼 수면마취 직전 모습을 촬영한 영상은 최근 '버티기 챌린지' 형태로 확산하고 있다.

방송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수면마취 장면'

환자가 병원에 동행한 지인이나 의료진에게 촬영을 부탁해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월 유튜브에 올라온 한 영상에서는 환자가 마취제가 들어가자 "저 약 들어간 거 맞아요?"라고 말하며 숫자를 세기 시작하지만, 20초 정도 지나자 말을 흐리며 그대로 잠든다. 이 영상은 조회 수 190만회를 기록했다.

또 다른 인스타그램 영상에서는 "수면마취 참아보겠습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환자가 몇 초 만에 눈이 풀리는 모습이 담겼으며 조회 수 30만회를 넘겼다. 일부 영상에서는 의료진이 "20초까지 버티면 서비스로 보톡스를 놔주겠다"는 말을 하거나 마취 과정을 게임처럼 연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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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나혼자산다', KBS '1박2일', '홍김동전', JTBC웹예능 '할명수' 등에서도 연예인들이 수면마취를 받는 장면이 방송된 바 있다. 유튜브 갈무리


수면마취 상태가 웃음을 유도하는 콘텐츠로 소비한 사례는 방송에서도 있었다. 2023년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출연진이 수면 내시경을 받으며 마취 직후 횡설수설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출연진의 어눌한 말투에 스튜디오 패널들이 웃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KBS '1박2일', '홍김동전', JTBC웹예능 '할명수' 등에서도 연예인들이 수면마취를 받는 장면이 방송된 바 있다.

"단순 웃음거리 아니다" 전문가 경고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콘텐츠 확산이 수면마취의 위험성을 가볍게 보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낸다. 대한 마취통증의학회에 따르면 수면마취는 정맥으로 진정제나 최면제를 투여해 환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시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의료행위다. 비교적 간단한 검사에도 사용되지만 ▲현기증 ▲저혈압 ▲구토 ▲시야 흐림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가장 큰 위험은 호흡억제다. 적절한 처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환자의 호흡과 혈압, 산소포화도 등을 지속해서 관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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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주사하고 있는 모습. SNS 갈무리


호주 시드니의 한 클리닉에서 근무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허지영 씨는 연합뉴스에 "이런 영상이 확산하면 일반인들이 수면마취를 가벼운 이벤트처럼 생각할 수 있다"며 "마취에 사용되는 약물 상당수가 마약성 약물이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며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일부 영상에서 산소 공급 장치나 산소포화도 모니터 등 기본적인 안전 장비가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허 전문의는 "수면 진정은 기도관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급성 호흡 저하나 후두 경련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드물지만,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면마취와 관련한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수면마취에 널리 사용되는 프로포폴은 강력한 진정 효과가 있는 약물로, 오남용 가능성 때문에 마약류로 관리되고 있다. 연예인이나 의료기관에서의 불법 투약 사건이 사회적 논란이 되며 '프로포폴 중독' 문제가 공론화되기도 했다. 허 전문의는 "환자의 의식이 저하되는 상황을 조회 수를 위한 콘텐츠로 소비하는 문화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의료인의 자긍심과 인간의 존엄성이 조회 수와 맞바뀌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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