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무증상 환자의 ‘조용한 전파’ 때문인가···국내 결핵 발생률 OECD 2위

댓글0
실제 환자 3명 중 1명
기침·각혈 증상 없어


경향신문

결핵을 초기 무증상 상태일 때 치료하면 완치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




결핵은 흔히 기침·각혈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환자 3명 중 1명은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이때 치료하면 증상이 나타난 뒤보다 완치율이 2.4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2위인 국내 결핵 발생률을 낮추려면 정기검진으로 무증상 환자를 조기에 진단·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민진수 교수,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형우 교수 등 다기관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를 유럽호흡기학회 공식 학술지인 ‘ERJ 오픈 리서치(ERJ Open Research)’에 발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진은 국내 18개 대학병원이 참여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 등록된 성인 폐결핵 환자 1071명의 데이터를 심층 분석했다.

질병관리청 통계를 보면 2024년 기준 국내 결핵 환자는 1만7944명으로, 13년 연속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발생률 2위에 올라 있는 실정이다. 결핵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심한 기침과 가래, 발열, 급격한 체중감소 등 명확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란 통념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의료현장에선 뚜렷한 자각 증상이 전혀 없다가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결핵을 진단받는 ‘무증상 결핵’ 환자들이 흔히 발견된다. 의료계에선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결핵균을 퍼뜨리는 ‘조용한 전파자’가 될 위험이 높다고 경고한다.

연구진은 무증상 환자의 결핵 진행 상태와 치료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결핵 진단 전 4주 동안 기침, 객담, 객혈, 호흡곤란, 흉통, 발열, 전신 쇠약감, 체중 감소, 야간 발한, 식욕 부진 등 10가지 결핵 관련 증상이 단 하나도 없는 환자를 무증상 결핵으로 분류한 뒤 증상이 있는 환자들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한 무증상 결핵 환자의 비율은 전체 환자 중 32.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결핵 증상이 있는 환자들보다 체내 염증 수치(C-반응성 단백질 등)가 현저히 낮았고, X레이 사진에서 폐에 구멍이 뚫린 공동 병변이 발견되거나 가래 검사에서 결핵균이 검출되는 비율도 훨씬 낮았다.

무증상 환자는 병이 심각해지기 전인 초기 단계에서 진단됐기 때문에 치료 성과도 더 양호했다. 증상이 나타난 환자가 약을 먹고 재발 없이 완치된 비율은 76.4%인 데 비해 무증상 환자는 86.3%로 더 높았다. 특히 증상이 나타난 후 병원을 방문한 환자에 비해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무증상 결핵을 발견한 환자군은 성공적으로 완치될 확률이 약 2.4배 높았다. 또한 1년 이내에 치료를 완료하지 못할 위험도 유의미하게 낮아 훨씬 안정적으로 결핵을 극복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가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워주는 중요한 객관적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기침이나 미열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에야 병원에 가면 이미 폐 손상이 진행돼 치료가 길어지고 후유증이 남을 수 있지만, 아픈 곳이 없어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아 결핵을 조기에 발견할 경우 보다 쉽게 완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진은 이제까지 결핵 선별의 핵심 도구로 기침·발열·야간 발한·체중감소 등 4가지 증상을 확인하라고 권고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선별검사 권고 기준을 다시 검토할 필요성이 높다는 강력한 근거도 제시했다고 밝혔다.

민진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증상이 없을 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환자 본인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임을 보여준다”며 “증상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정기적인 검진으로 숨은 환자를 찾아내는 선별검사가 개인의 완치는 물론 국가적인 결핵 퇴치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스포츠월드2NE1 박봄, 건강 회복 후 ‘손흥민 고별전’ 무대 찢었다
  • 뉴시스'관광 100선'으로 기억하는 광복…문체부, 독립기념관·대구서문시장 등 소개
  • 연합뉴스조계종 종정 "폭우에 신음하는 이웃에 따뜻한 손 될 수 있느냐"
  • 머니투데이"일상에서 느끼는 호텔 품격"…롯데호텔, 욕실 어메니티 출시
  • 이데일리미디어아트로 만나는 국가유산…전국 8개 도시 개최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