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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여행 시대… 지역관광에 숨 불어넣을 '로컬 숙소·체험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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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랜드마크·식도락에 집중 경향… 획일화된 국내 여행 패턴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
에어비앤비, 빈방 활용한 제주올레 '할망숙소', 소도시 알리는 '방방곡곡 원정대' 눈길
내국인 공유숙박 제도화·다채로운 현지 체험 콘텐츠 발굴… 규제 완화 등 뒷받침 돼야
아주경제

에어비앤비 '대한민국 방방곡곡: 지역에 머물게 하는 공간·콘텐츠·사람' 비전 포럼에서 양경수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본부장(왼쪽부터),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 등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사진=에어비앤비]


2029년까지 '외래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지역 관광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한 관건은 서울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지역으로 분산하는 데 있다. 여행업계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스쳐 지나가는 관광을 넘어 지역에 기꺼이 '머물 이유'를 만드는 것이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그 해법의 중심에는 '특색 있는 앵커 콘텐츠'와 '매력적인 로컬 숙소'가 자리하고 있다.

◆획일적인 국내 여행…해답은 '앵커 콘텐츠'와 '공유 숙박' 시너지

현재 국내 여행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지역과 목적에 편중된 '획일화' 경향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에어비앤비가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전 연령대 발길이 강원, 제주, 부산 등 익숙한 관광지에 집중되고 있다. 여행을 하는 주된 목적도 '미식'(64.4%)에 치우쳐 있으며 숙박 형태 역시 10명 중 7명(70%)이 '호텔 및 리조트'를 선택했다. 반면 '체험형 프로그램 참여'(7.8%)와 '로컬 콘텐츠 관련 방문'(3.9%)은 저조한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단조로운 여행 패턴을 깰 핵심 열쇠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로컬 콘텐츠'와 '로컬 숙소(공유 숙박)'다. 응답자 42.4%가 국내 여행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역별 특색 있는 콘텐츠 및 경험 개발'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은 다채로운 로컬 콘텐츠에 대한 여행자들의 큰 갈증을 잘 보여준다.

생생한 로컬 경험을 온전히 담아내는 최적의 베이스캠프로 '공유 숙박'이 주목받고 있다. 이용자들은 가성비와 유연성을 갖춘 공유 숙박의 최대 장점으로 '합리적인 가격'(59.2%)을 꼽았다. 또 22.2%는 "'현지 동네의 로컬 일상 경험'을 위해 공유 숙박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 같은 수요를 뒷받침할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응답자 77.8%가 국내 공급이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해외 수준으로 공급이 이뤄지면 92.9%가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해 높은 잠재 수요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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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수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본부장. [사진=에어비앤비]


◆전문가들 "지역 정체성 담은 공간 살리고, 낡은 규제 풀어야"

국내 여행 실태를 진단하고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5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방곡곡: 지역에 머물게 하는 공간·콘텐츠·사람’ 비전포럼에 모인 각계 전문가들은 '콘텐츠'와 '숙소', 그리고 '사람'에 대한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역설했다.

양경수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본부장은 "명소 위주의 '도장 깨기'식 여행에서 벗어나 현지인처럼 일상을 경험하는 '살아보기'가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관광객들이 오게끔 하는 이유를 제공하는 것은 결국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공적인 지역 관광 안착을 위한 안정적인 운영 구조를 주문했다. 양 본부장은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안내, 교통, 숙박, 음식, 쇼핑이라는 '5대 접점(수용태세)'이 갖춰져야 한다"며 "다만 대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이를 주도할 인력이 부족하다. 지역 주민이 주도해서 특색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지속해서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 인력과 조직의 체계적인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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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사진=에어비앤비]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이 소도시 여행의 장벽을 낮췄다고 분석하며 숙소의 '차별성'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가 사는 일상의 공간은 너무나 획일적이다. 따라서 여행지 숙소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단순한 수면 공간이 아니라 그 지역 라이프스타일과 분위기를 압축해 체험하는 곳이어야 한다"며 "그렇다고 숙소가 고립된 공간에 그쳐선 안 된다. 주변 가게 등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비로소 사람들이 기꺼이 머물게 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지역 곳곳에 방치된 빈집의 활용 가치도 높게 평가했다. 지역 정체성이 담긴 특별한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빈집은 기획과 스토리가 더해진다면 훌륭한 로컬 콘텐츠가 될 수 있다"면서 "다만 이를 관광 콘텐츠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선 다양한 행정적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는 많은 규제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공간을 완성하고 사람들을 머물게 하는 최종 요소로는 '사람(호스트)'이 꼽혔다.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는 "여행은 랜드마크를 보는 것을 넘어 살아보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지역에 머물기 위해선 분명한 이유가 필요하고, 그 이유는 머무르고 싶은 '공간', 공간을 풍성하게 만드는 '콘텐츠' 그리고 그곳을 채우는 '사람'에서 나온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호스트가 자신의 열과 성을 다해 만들어내는 진심 어린 환대와 개성이야말로 낯선 지역에 흔쾌히 머물게 하는 가장 강력한 콘텐츠"라며 "각 지역의 독특한 매력을 담은 로컬 숙소를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내국인 공유 숙박 제도화가 이뤄지고, 낡은 규제를 개선하는 등 체계적인 뒷받침이 이뤄진다면 획일적인 여행 트렌드를 다변화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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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 [사진=에어비앤비]


◆제주 '할망숙소'부터 '방방곡곡'까지…에어비앤비, '지역 살리기' 정조준

로컬 숙소와 로컬 콘텐츠의 시너지는 이미 현장에서 구체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어비앤비가 커뮤니티 펀드를 통해 제주올레가 시니어 여성들과 함께 추진해 온 '할망숙소' 프로젝트다. 할망숙소는 올레길 인근 마을 할머니들이 쓰지 않는 빈방을 여행자에게 숙소로 제공하는 형태다. 이 사업에 에어비앤비는 올해 15만 달러(약 2억1750만원)를 지원해 리모델링을 돕는다. 또한 전문 호스트가 실질적 운영을 돕는 '공동 호스트 네트워크'를 연계해 시니어 호스트의 부담을 덜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서 매니저는 "공간을 가장 깊게 이해하고 따뜻한 콘텐츠로 채워 나갈 수 있는 주인공은 결국 '사람'"이라며 "지역의 아름다운 공간에 호스트의 진솔한 이야기가 채워지고 여행객과 따뜻한 환대를 나눌 때 비로소 사람들이 스쳐 가지 않고 지역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진정한 이유가 생겨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에어비앤비는 이를 발판 삼아 올해 '지역 매력 발굴'과 '공급 인프라 확대'를 양대 축으로 지역 여행 활성화에 본격 나선다. 한국관광공사, 제주올레 등과 협력해 로컬 숙소와 체험을 적극 발굴하고 크리에이터와 함께 숨겨진 소도시의 매력을 알리는 '방방곡곡 원정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제도적 뒷받침과 상생을 위한 발걸음도 재촉한다. 지역 재생 관점에서 주목받는 빈집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한 지역 상생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특히 지난달 25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제11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제시된 '내국인 공유 숙박'과 '빈집 민박' 제도화 정책 방향에 발맞춰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해 안전하고 편리한 공유 숙박 인프라 확대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서 매니저는 "지난해 영업 미신고 숙소 전면 퇴출 등 굵직한 변화를 거치며 에어비앤비가 한국 사회의 기업 시민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더욱 깊이 고민했다. 올해 에어비앤비가 집중하고자 하는 최우선 방향은 망설임 없이 '지역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매력적인 로컬 숙소와 콘텐츠가 획일적인 국내 여행을 다변화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제도화에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아주경제=강상헌=서귀포(제주) 기자 ksh@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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