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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 여사 저격’ 문세광 수사한 정치근 前법무장관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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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장 역임해
문세광 구속기소 후 재판에서 사형 구형
지검장→검찰총장 파격 승진 기록 세워
1982년 장영자·이철희 사건 유탄 맞기도
1974년 재일교포 문세광(당시 23세)의 박정희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 당시 담당 부장검사로서 수사를 전담한 정치근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고인은 1931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명문 경남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 8회에 합격하며 검사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검찰에선 주로 공안 사건 수사 및 처리를 담당하며 ‘공안통’으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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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근(1931∼2026) 전 법무부 장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가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장으로 재직하던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경축식 행사장에서 재일 한국인 2세 문세광이 쏜 총에 육 여사가 맞아 절명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애초 문세광이 노린 범행 대상은 박 대통령이었다. 이에 법무부·검찰은 서울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대통령 저격 사건 수사본부를 꾸리고 부장검사인 고인을 전담 검사로 지명했다.

수사 결과 문세광은 일본의 친북 단체인 조총련 관계자의 지시를 받고 일본인 명의로 된 가짜 여권으로 한국에 입국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본부는 1974년 9월 문세광을 구속기소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당시 고인이 직접 법정에 출석해 검찰 측 논고(論告)를 낭독했다. 그는 문세광을 “민족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범죄자”로 규정한 뒤 “대한민국 역사가 존재하는 한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이 사회에서 영원히 제거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논고를 읽는 도중 “한여름의 총성은 가시고 이제 소슬한 가을 바람이 부는 이때 고(故) 육영수 여사의 유덕(遺德)을 잊지 못해 참배객이 국립묘지(현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묘소에 지금도 줄을 잇고…”라며 울음 섞인 어조로 말하자 방청객도 눈시울을 붉혔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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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를 저격해 숨지게 만든 범인 문세광이 교도관들에 의해 호송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974년 12월17일 대법원은 문세광에 대한 1·2심의 사형 판결을 그대로 확정됐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12월20일 문세광은 서울구치소에서 교수행이 집행됐다.

1979년 검사장으로 승진한 고인은 제5공화국 출범 직후인 1981년 12월 부산지검장에서 고검장도 안 거치고 검찰총장에 임명되는 파격 승진을 기록했다. 당시 서울지검의 저질 연탄 사건 수사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여긴 전두환 대통령이 검찰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검찰 수장에 오르고 이듬해인 1982년 5월 고인은 이번에는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5공 초반 ‘최악의 권력형 비리’로 꼽힌 장영자·이철희 부부 어음 사기 사건의 여파로 11개 부처 장관이 한꺼번에 경질된 대폭 개각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고인은 그로부터 불과 1개월 뒤인 1982년 6월 법무장관에서 물러났다. 당시 청와대가 장영자·이철희 사건에 대한 법무부·검찰의 미흡한 대처에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임식에서 고인은 “짧은 재임 기간 동안 특히 이번 사건(장영자·이철희 사건)에서 소신을 굽히거나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건 처리 방향을 놓고 청와대가 이견이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풀이됐다. 고인은 법무부 간부들과의 마지막 차담회에서 “폐만 끼치고 물러난다”며 재임 기간 어려웠던 일들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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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장영자·이철희 부부 어음 사기 사건의 주범인 장영자씨가 구속기소 후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후 고인은 5공 정권의 배려로 1984년 5월 한국산업은행 이사장에 기용돼 1989년 1월까지 5년 가까이 재임했다. 고향 울산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 재경울산향우회 회장을 8년가량 맡기도 했다.

유족으로 자녀 정건호(협성콘테이너터미널 대표)·정성호(한국빌링시스템 대표)·정숙현·정미화씨, 사위 안종택(에이펙스 고문변호사)·설문경씨(삼화회계법인 전무이사)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13일 오전 7시, 장지는 천안공원묘원. (02)3010-2000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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