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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못하는 나라’ 한국, 수면 건강은?…신원철 수면연구학회장 인터뷰 [잘 자야 잘산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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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6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신원철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이 국내 수면 건강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야근을 하고도 늦게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를 견디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24시간 영업하는 상점과 새벽 배송도 일상 서비스로 여겨진다. 청소년들은 잠을 줄여 공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잘 자는 것’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한국인의 수면 건강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투데이는 세계 수면의 날(World Sleep Day)을 맞아 신원철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으로부터 한국인들이 건강하게 잠드는 데 필요한 사회적 변화에 대해 들었다. 세계 수면의 날은 세계수면학회(World Sleep Society)가 수면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수면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매년 3월 춘분이 있는 주의 금요일로 지정한 기념일로, 올해는 3월 13일 금요일이다.

“수면 부족을 성실함의 잣대 삼는 문화, 이제는 바꿔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단 수면 시간(평균 약 7시간 41분)과 가장 낮은 수면 만족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특유한 노동, 교육, 서비스 구조가 각성 상태로 활동하는 데 보상을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 교수는 “매일 7시간 전후의 수면을 건강검진이나 운동만큼 중요한 필수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라며 “최소한 평일 기준 취침과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뇌와 심장 건강, 그리고 기분 조절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직과 학교 문화의 변화도 필수적이다”라며 “야간 회식, 늦은 보고, 새벽 회의 등 야간 가용성(항상 연락이 닿는 것)을 성실성의 잣대로 삼는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수면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선진국처럼 일정 시각 이후 이메일이나 메신저 발송을 제한하고, 야간 업무를 줄이는 기업 정책이 절실하다”라고 덧붙였다.

기업의 근무 시스템과 경영 문화도 개인의 수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24시간 서비스가 제공하는 편리함의 이면에는 야간 노동과 근로자의 과로가 존재한다. 특히 교대근무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2A군 발암 추정 물질’이지만, 국내에는 교대 근무자의 수면과 생체리듬을 중심에 둔 근무 지침이나 제도가 확립되지 않았다.

신 교수는 “심야 영업이나 새벽 배송을 운영하는 기업일수록 교대 근무자의 수면 및 건강 보호 프로그램을 의무화하고, 이를 ESG 지표로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교대 근무자들이 적어도 4주 이상은 같은 패턴을 유지하도록 보장해 생체시계가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하며, 근무의 순환 방향은 반드시 순방향(주간→저녁→야간)이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수면 질환, 중증 질환의 입구”…암, 심혈관 질환 비해 뒷전


한국 사회에서 수면 건강이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수면 질환을 둘러싼 치료 환경도 척박하기는 마찬가지다. 불면증, 하지불안증후군, 기면병 등 질환의 치료제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큰 실정이다. 건강보험 급여 치료제 ‘와킥스’(성분명 피톨리산트)가 낮은 약값을 이유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일도 발생했다.

신 교수는 “불면증, 수면무호흡 등 수면 질환은 유병률과 사회경제적 비용이 매우 큰데도, 보건 당국은 이를 암이나 심혈관 질환보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닌, 삶의 질 문제 정도로 가볍게 여기며 정책·연구·약값 책정에서 뒷순위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라며 “이는 매우 근시안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 교수는 수면 질환이 중증 질환으로 가는 입구이자 도화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수면 질환은 단순한 피로의 문제가 아니라 우울증과 자살, 치매, 고혈압과 당뇨, 교통 및 산업재해와 긴밀하게 연결된 만성질환”이라며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뇌졸중과 심근경색 발병률이 급증하고, 만성 불면증은 치매 유발 단백질의 축적을 가속하여 알츠하이머병의 강력한 원인이 된다”라고 경고했다.

수면 질환 치료제 접근성을 확보하고, 수면 건강을 국가 보건지표로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제를 보장하고, 가족 및 직장 동료들 모두가 ‘수면 친화적인 문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도록 변화가 필요하다.

신 교수는 “보건 당국은 필수 수면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현실화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과 치료 공백을 막아야 한다”라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근무 일정표 설계, 빈번한 순환 근무 최소화, 정기적 수면 스크리닝 도입을 산업안전보건 정책의 핵심으로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평균 수면 시간, 수면 만족도, 수면 장애 유병률을 암이나 심뇌혈관 질환과 함께 관리하는 핵심 지표로 삼고 정기적인 국민건강조사에 포함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투데이/한성주 기자 ( hs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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