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전쟁이 계속된 11일 서울 용산구 KTX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 속보를 보고 있다. 뉴시스 |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가 원유·가스뿐만아니라 알루미늄·에탄올·설탕·요소·황·헬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이란전 장기화 여부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달렸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왔다.
1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 10일 근 4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달 들어서는 약 8% 올랐다. 카타르와 바레인의 주요 알루미늄 제련소가 공급을 중단한 탓이다. 제련소로 향하는 알루미늄 원료를 실은 선박들이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알루미늄협회(IAI)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페르시아만 지역 생산자들이 전 세계 알루미늄 공급의 약 8%를 차지한다. 알루미늄은 항공기, 전선, 캔을 포함해광범위하게 쓰인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에탄올 가격도 약 10% 뛰었다. 설탕과 에탄올의 원료는 사탕수수다. 세계 최대 사탕수수 생산국인 브라질의 설탕 공장들이 에탄올 가격이 상승하면 더 많은 이익이 나는 에탄올 연료 생산으로 전환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 이런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설탕 가격도 지난 9일 한 달 내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다만 국제 유가 하락 반전에 따라 10일에는 설탕 가격도 내려갔다.
비료 시장도 전쟁의 영향권에 갇혔다. 질소 비료 원료인 요소의 전 세계 거래량의 약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질소의 원료가 천연가스인 만큼 중동 국가들이 질소의 주요 생산국이다. 요소 가격은 개전 이후 최대 35% 급등했다.
원유·가스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황 역시 공급 차질 우려가 나온다. 황은 비료 생산이나 니켈 정련 등에 쓰인다. 시장분석기관 CRU 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 공급의 절반 정도가 호르무즈 해협에 묶여 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가 주된 수요국이다. 아프리카도 중동산 황에 크게 의존한다.
반도체 웨이퍼 냉각에 필수적인 헬륨 상황도 마찬가지다. 카타르가 전 세계 생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허브로 헬륨 생산 시설도 있는 라스라판 단지가 이란의 공격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카타르는 생산 정상화에 최소 2주가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함께 희토류도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새로운 열쇠로 떠올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익명의 소식통과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날 “미국은 현재 희토류 재고가 2개월 치에 불과하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SCM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초 이란과의 전쟁이 4∼5주가 될 것이라고했다가 지난 9일에는 전쟁 조기 종결 가능성을 시사한 배경에 희토류 공급 문제가 있을 것으로 봤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보고서에 따르면 2021∼2024년 미국이 수입한 희토류의 71%가 중국산이며 이 기간에 미국이 수입한 테르븀 등 중희토류는 모두 중국산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수출입은행과 민간 자본을 활용해 120억 달러 규모로 희토류 등 핵심 광물 비축을 위한 ‘프로젝트 볼트’를 가동했으며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을 재가동하고 호주·태국 등과 협력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 희토류 생산과 공급망을 장악한 상황에서 미국이 단기간에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로 예상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중 기간 미중 정상회담에서 희토류 문제가 중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SCMP는 전망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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