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대신 지원? 미군 후방지원·해상안보 활동 가능성
"선제공격 국가 지원 불가" 국제법 해석이 최대 걸림돌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출처=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자위대가 호르무즈 해협 사태에 실제로 관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일본 내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9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위대의 유조선 호위 등 군사적 역할이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헌법과 안보 법제, 국제법 해석을 종합하면 자위대가 직접적인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경우는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이란 전쟁 적극 지지' 요구 가능성…유조선 호위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9일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에 이란 전쟁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요미우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더 명확한 지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원책으로는 미국이 일본 자위대의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호위나 기뢰 제거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언급된다"고 전했다.
앞서 아사히신문도 일본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이란 군사 공격에 대한 지원 요청이 있을 경우에 대비해 대응책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대응책으로 자위대 초계기나 공중 급유기 파견이라는 선택지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간 대외적으로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한 평가를 자제하면서 외교적 역할에 중점을 뒀다.
그는 지난 2일 일본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법적 평가를 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사태가 조기 진정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해 계속 필요한 모든 외교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이란 전쟁에 대한 명확한 지원책을 요구할 경우 다카이치 총리는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요미우리는 지적했다.
'존립 위기사태' 판단해 집단 자위권 행사
만일 자위대가 미국의 이란 공격을 지원할 경우 집단 자위권을 법적 근거로 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았더라도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 '존립 위기사태'로 인정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로 일본 역시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이 해협에 의존한다. 해협에서 선박 항행이 지연되면서 일본 내에서는 에너지 공급 차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2015년 안보 관련 법 개정 논의 당시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자위대 활동 확대의 대표적인 가상 시나리오로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총리였던 아베 신조는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가 설치될 경우 이를 제거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뢰 제거는 무력 행사로 간주된다. 이를 현 상황에 적용하면 동맹국인 미국이 이란의 공격을 받을 경우 자위대가 해협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해 미군과 선박의 항행을 지원하는 시나리오가 된다.
실제로 자위대는 1990년대 걸프전 휴전 이후 페르시아만에서 기뢰 제거 작전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을 해상 교통로에 의존하기 때문에 기뢰 제거 능력이 높은 국가로 평가된다.
다만 아베 전 총리는 "해협이 봉쇄되면 즉시 대응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공격을 받은 것과 비슷한 수준의 심각한 피해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집단적 자위권 불가시 미군 후방 지원 가능성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위대가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
대표적으로 '중요 영향 사태' 인정이다. 방치할 경우 일본에 대한 직접 공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으로 판단되면 자위대는 미군이나 외국군에 대한 후방 지원을 할 수 있다. 급유나 물자 지원, 탄약 제공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 다른 방식은 '국제평화 공동대처 사태'다. 국제사회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있을 때 유엔 헌장의 목적에 따라 공동 대응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이 경우에도 자위대는 후방 지원 임무를 맡을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의 이란 공격이 국제법상 정당성을 확보했는지 여부다.
2015년 일본 국회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논의된 바 있다. 당시 야당 대표였던 오카다 가쓰야 의원은 "미국이 선제 공격을 했을 경우 일본이 지원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아베 전 총리는 "어떤 국가가 무력 공격을 받지 않았는데 불법적으로 무력을 행사한다면 국제법상 인정되지 않는다"며 "일본이 그런 국가를 지원하는 일은 없다"고 답했다.
당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나카타니 겐 방위상도 선제 공격은 국제법상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국제법은 유엔 헌장 51조다. 무력 공격을 받은 경우에 한해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공격 ‘국제법 위반 가능성’…자위대 파견 문턱 높아
현재 일본 정부는 미군의 이란 공격에 대한 법적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정부 입장을 유지한다면 일본이 미군을 지원하려면 이번 공격이 국제법상 금지된 선제 공격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군사 행동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를 거치지 않았고 이란의 직접적인 무력 공격에 대한 대응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국제법 학계에서도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야당 역시 이 점을 들어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9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고토 유이치 의원이 "유엔 결의가 없는 상황에서 자위대를 보낼 수 있느냐"고 질의하자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국내법에 부합하지 않으면 활동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당장 자위대를 전투 임무로 파견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대신 정보 수집 활동이나 해상 안전 확보, 후방 지원 등 제한적인 역할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거론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역할 확대를 요구할 경우 일본 정부가 어떤 수준까지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에너지 안보와 동맹 관계라는 두 가지 압박 속에서 일본의 선택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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