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시가총액 1위인 일라이 릴리와 손잡고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인 '릴리게이트웨이랩스(LGL)'의 국내 거점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설립키로 했다. 릴리가 미국 외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은 중국에 이어 한국이 두번째다. 글로벌 제약사의 수준 높은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 국내 기업과 협력해 한국에 진입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LGL은 2019년 릴리가 유망 바이오텍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사무 공간과 실험 시설 제공을 넘어 연구개발(R&D) 협력, 멘토링, 직접 투자 및 외부 투자 유치 지원 등 신생 바이오텍 성장에 필수적인 전 과정을 지원한다. LGL 창설 이후 입주사들이 유치한 총 투자액은 30억 달러(약 4조4121억원)를 넘어섰으며, 50개 이상의 신약 개발 프로그램이 가속화되는 성과를 거뒀다.
LGL의 신규 거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에 건설 중인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C랩 아웃사이드'에 둥지를 튼다. 양사는 이곳에 입주할 30개 기업의 선발부터 육성까지 전 과정을 공동 운영하며 K-바이오 생태계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2018년 삼성전자에서 시작된 사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가 바이오 산업까지 범위를 확장하며 국내 바이오텍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든든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번 협력은 글로벌 빅파마의 우수한 오픈 이노베이션 역량을 통해 국내 유망 바이오텍에 성장의 밑거름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고 줄리 길모어 LGL 대표도 "이번 협력은 LGL의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빅파마들의 한국 투자는 우리 바이오 기업들의 기술력과 임상 역량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섰음을 증명한다는 평가다. 최근 일주일 새 1조4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빅파마 자본이 한국 바이오 시장에 쏟아졌다. 보건복지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로슈(7100억 원)와 릴리(약 7500억 원)의 대규모 투자 결정은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한국을 글로벌 신약 개발의 '전략적 요충지'로 공인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한국을 낙점한 배경에는 세계 1위 수준의 임상시험 역량과 압도적인 제조 경쟁력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은 전 세계 도시 중 임상시험 건수 1위 자리를 놓고 중국 베이징과 약 10년간 다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필두로 한 송도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은 세계 최대 규모다. 여기에 한국 특유의 빠른 디지털 전환 속도와 AI(인공지능) 신약 개발 역량이 결합하면서 빅파마들에게는 '가장 효율적인 혁신 실험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중국이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가운데 미국이 중국을 견제, 대체하기 위한 최적의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한국은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콘텐츠로 승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며 "과거에는 한국 기업들이 해외로 직접 찾아가 협력 기회를 모색했다면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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