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3월04일 08시2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HLB그룹의 수장인 진양곤 의장이 최근 계열사인 HLB파나진의 지분을 잇따라 매입하며 그 배경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진 의장의 이번 행보는 단순히 주가 부양이나 책임 경영 차원을 넘어 항암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차세대 신약 플랫폼으로 꼽히는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AOC, Antibody-Oligonucleotide Conjugate)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진양곤 HLB그룹 의장. (사진=HLB그룹) |
5차례 걸친 장내 매수...HLB파나진 향한 ‘강한 신뢰’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양곤 의장은 지난달 4일부터 5차례에 걸쳐 HLB파나진 주식 20만 5064주를 장내 매수한 데 이어 같은 달 13일부터 23일까지 9만4747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지난 2월에만 총 30만 주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진 의장이 HLB파나진 주식을 직접 사들인 것은 2023년 회사가 HLB그룹에 편입된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파악된다. 특히 최근 HLB파나진이 유전자 치료제 분야의 차세대 기술인 AOC 플랫폼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시점과 맞물려 있어 그룹 차원에서 이 사업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게 한다.
진 의장이 주목하는 AOC를 이해하려면 먼저 항체-약물 접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를 알아야 한다. ADC란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가는 항체에 암세포를 죽이는 독성 약물(페이로드, Payload)을 결합한 기술을 말한다. 마치 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만 골라 타격하기 때문에 기존 화학항암제보다 효과는 높고 부작용은 적어 글로벌 제약업계의 대세가 됐다.
글로벌 제약·바이오사들의 행보가 방증한다. 로슈는 일찌감치 ADC 중심으로 항암 파이프라인(신약 개발 프로젝트)을 재편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2020년 이뮤노메딕스를 인수하며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2023년에는 화이자가 ADC 전문 기업 시젠을 무려 430억달러(약 56조원)에 인수하며 시장을 뒤흔들기도 했다.
하지만 ADC도 약점이 있다. 독성 약물을 직접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구조이다 보니 암세포가 아닌 정상 세포에 영향을 줄 경우 발생하는 독성 문제와 내성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세포를 죽여야 하는 특성상 적용 범위가 항암 분야에만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사진=HLB파나진) |
ADC를 넘어선 차세대 주자, ‘AOC’의 등장
이런 ADC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바로 AOC가 등장했다. AOC란 항체의 정밀한 전달 능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독성 약물 대신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핵산 치료제(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결합한 형태를 말한다.
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방식이 아니라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단계에서 그 기능을 조절하거나 억제한다. 이 때문에 암뿐만 아니라 그동안 약물 전달이 어려웠던 중추신경계(CNS, Central Nervous System) 질환과 근육 질환, 희귀 유전 질환 등 다양한 영역으로 치료 범위를 넓힐 수 있다.
HLB파나진은 AOC 개발 과정에서 다른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택했다. 대다수 기업이 유전자 조절 물질로 포스포로디아미데이트 모르폴리노 올리고머(PMO) 기반 핵산을 사용하는 반면 HLB파나진은 자체 원천기술인 펩타이드 핵산(PNA)를 핵심 페이로드로 적용했다.
PNA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유전자 복제물로 사람 몸속의 분해 효소에 매우 강해 안정성이 뛰어나다. 표적 유전자와 결합하는 힘이 훨씬 강해 아주 정밀하게 유전자를 조절할 수 있고 원치 않는 반응(비특이적 반응)이 적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HLB파나진 관계자는 “HLB파나진이 보유한 PNA 기반의 핵산 치료제 후보물질과 파트너사의 항체 전달 기술을 결합해 독보적인 AOC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며 “단순한 신약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질병에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대전 유성구 HLB파나진 본사 전경. (사진=HLB파나진) |
희귀질환 ‘DMD’ 시작으로 중추신경계까지 영토 확장
HLB파나진은 AOC 플랫폼의 첫 번째 타깃 적응증(치료 대상 질환)으로 듀센 근이영양증(DMD)을 선정했다. DMD는 근육이 점차 약해지는 치명적인 희귀 유전질환으로, 유전자 단계에서의 정밀한 조절이 필수적인 분야다. 여기서 기술력을 입증한 뒤 점차 다른 희귀질환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겠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지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2024년 약 25억달러(약 3조7000억원)에서 2032년 190억달러(약 28조원) 이상까지 성장한다.
경영 실적도 신약 플랫폼에 역량을 쏟을 수 있게 뒷받침하고 있다. HLB파나진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50억 4952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4.04%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존 진단 사업의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AOC라는 미래 먹거리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춘 셈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진 의장의 잇따른 지분 매입은 AOC가 가진 파괴력과 HLB파나진의 기술력에 대한 확신 없이는 불가능한 행보”라며 “ADC 이후의 차세대 치료 패러다임 선점 경쟁에서 HLB그룹이 한발 앞서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