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 장관(왼쪽)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 콜로라도주의 천연가스 공장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미국 에너지 장관의 SNS 게시물로 인해 유가가 유례없는 폭락세를 기록하는 등 시장이 큰 혼란에 빠뜨렸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의 트레이더들이 중동 상공에 미사일과 드론이 날아가는 동영상을 지켜보는 가운데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하나로 인해 유가가 폭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을 쳤다고 보도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이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이 시장 요동의 발판으로 그는 "미 해군이 글로벌 시장으로의 석유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호위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공급 쇼크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순식간에 19% 급락하며 배럴당 76.73달러까지 추락했다. 단 10분 만에 석유 관련 ETF 시가총액 8400만달러(약 1100억원)가 증발했다.
그러나 이 게시물은 몇 분 만에 삭제됐다. 미 정부 당국자는 "에너지부 직원의 실수로 캡션이 잘못 달린 영상이 게시된 것"이라며 "현재 해군이 상업용 선박을 호위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부인했다.
미즈호 증권의 상품 전문가 로버트 요거는 이를 두고 "용서받을 수 없는 치명적 실수"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잘못된 정보로 인한 폭락분은 일부 회복됐으나, 이날 WTI 선물은 전날보다 12% 하락한 83.45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하루 하락 폭으로는 4년 만에 최대치다.
뉴욕 월가는 오는 11월 중산 선거를 앞두고 유가 급등으로 미국 경제가 타격 받는 것이 우려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군사 작전을 수정하는 것을 기대해왔다.
특히 이번 주 유가는 심한 변동성을 보여 지난 8일 배럴당 119.48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이틀 만에 고점 대비 36%나 빠졌다.
금융시장 전체가 '전쟁의 안개' 속에서 방향을 잡지 못했다.
S&P 500(-0.2%)과 다우 지수(-0.1%)는 장중 유가 하락에 힘입어 상승 반전하기도 했으나, 결국 하락 마감했다.
샌디스크, 마이크론 등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은 3% 이상 올랐으나 시장 전체의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유가 급등락에 노출된 델타와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등 주요 항공사들은 2% 이상 하락했다. 엑슨모빌 등 대형 에너지 기업들이 포함된 S&P 500 에너지 섹터는 1.3% 하락하며 이날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시장 혼란과는 별개로 현지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란에 대해 "역대 가장 강력한 공습"을 예고했고, 이란 외무장관은 "휴전 협상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석유 및 가스 산업이 직면한 사상 최대의 위기"라며 "에너지 흐름 차단이 길어질 경우 시장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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