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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 중 40회 칼부림, 6500명이 지켜봤다…'반전에 반전' 日 BJ 살해 전말[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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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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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11일 살해된 스트리머 사토 아이리(당시 22세, 활동명: 모가미 아이)./사진=온라인 SNS 화면캡처.


'실시간 시청자수 6500명'.

1년 전인 2025년 3월 11일.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스마트폰 너머로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보던 온라인 시청자들은 끔찍한 살인 사건의 실시간 목격자가 돼야했다. 단순한 흉악 범죄를 넘어 실시간 온라인 방송의 어두운 이면과 금전적 관계가 얽힌 비극이었다. 이른바 '신주쿠구 인터넷 방송인 살해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의 전말을 되짚어본다.


생방송 도중 벌어진 백주대낮의 참극

이날 오전 9시 50분쯤 인터넷 방송 플랫폼 '후왓치'의 스트리머 사토 아이리(당시 22세, 활동명: 모가미 아이)는 일본 철도 노선 '야마노테선'을 일주하며 여행하는 콘텐츠를 진행 중이었다. 수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스트리머(온라인 방송인)였던 그녀의 방송에는 그날도 6500여 명이 접속해 있었다.

사건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 남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갑자기 그녀를 덮쳤다. 이 모습은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이 남성은 길이 13cm의 서바이벌 나이프(다기능 접이식 칼)를 꺼내 그녀의 목과 머리, 가슴 등을 무려 40여 차례나 찔렀다. 쓰러진 사토의 비명이 마이크에 담기는 동안, 시청자들은 화면 너머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범행 직후 이 남성은 바닥에 떨어진 스마트폰을 집어들어 피 흘리는 사토를 비추며 시청자들을 향해 협박 발언을 쏟아냈다. 사토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건 발생 약 1시간 20분 만에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시청자들은 당초 방송에서 '관심을 끌기 위한 연출'로 봤으나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남성은 도주하지 않고 경찰에 붙잡혔다. 가해자는 다카노 겐이치(당시 42세). 다카노는 사토의 방송 화면을 보고 위치를 파악한 뒤 현장을 급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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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AP/뉴시스] 2025년 3월 11일 일본 도쿄 신주쿠 지역에서 흉기 난동이 발생해 경찰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비극의 씨앗, '250만엔'의 채무와 조롱이 부른 극단적 선택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범행 동기는 '돈'이었다. 두 사람은 2021년 방송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이였다. 평소 조현병을 앓고 있던 다카노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사토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동정심을 느껴 2022년경부터 250만엔(한화 약 2400만원)이 넘는 돈을 빌려줬다.

하지만 사토는 돈을 갚지 않았다. 다카노는 약 3만 엔(약 28만원)만 돌려받은 채 여러 핑계를 대는 사토에게 오히려 조롱과 차단을 당했다.

참다못한 다카노는 대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2023년 8월 법원으로부터 "전액 상환하라"는 승소 판결까지 받아냈다. 그럼에도 사토는 잠적해 버렸고, 매월 90만엔(약 840만원) 가량의 방송 수익을 올리면서도 빚을 갚지 않았다.

다카노는 경찰에 "돈을 갚지 않으면서 방송으로 돈을 버는 모습에 좌절감을 느꼈다"며, 사건을 일으켜 재판이 열린다면 그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세상이 알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살인 사건 직후 사토에 대한 동정여론이 지배적이었으나, 채무 관계가 드러나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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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11일 사토 아이리를 살해한 다카노 겐이치(당시 42세)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사진=산케이 신문




드러난 '진짜 흑막'… 가스라이팅과 수익 편취의 구조

하지만 반전이 또 있었다. 사토 역시 누군가에게 착취당하고 있던 또 다른 피해자였단 사실이다.

사토의 뒤에는 그녀의 방송 수익을 편취하던 '약혼자' A씨가 있었다. 약혼자는 사토의 방송 수익 절반을 떼어갔을 뿐만 아니라, 월세와 생활비 등 동거 비용 전액을 사토에게 부담시켰다. 심지어 A씨 본인의 빚마저 사토에게 대납하게 했다. 사토는 대부업체에 1000만엔(약 9400만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악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다카노가 빚 독촉을 해오자 오히려 협박을 하며 빌려 준 돈을 포기하는 문서에 억지로 서명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후 A씨가 사토에게 "(다카노에게)돈 벌어서 갚는다고 말하면 책임이 발생하니까 일단 무시하고, 계속 도망가라"고 지시했던 녹음본까지 폭로됐다.

대중들은 이 사건의 진정한 원흉이 약혼자 A씨의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과 금전적 착취에 있다고 분노했다.

하지만 A씨에 대한 법적 처벌은 쉽지 않았다. 돈을 빌리고, 연락을 무시하라는 요구를 직접적인 살인의 동기로 판단하긴 어렵기 때문이었다. 심리적 지배를 통한 경제적 착취를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었다. A씨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 거셌지만 법적 처벌은 내려지지 못했다.

사토를 살해한 다카노에 대한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 참극은 두 가지 숙제를 남겼다. '수익 지상주의' 온라인 방송 문화의 자정(自淨)과 테두리 밖에서 벌어지는 '경제적 착취'를 처벌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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