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주유소 앞에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주유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로이터화상 |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며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동남아시아 각국이 석유 소비를 줄이고 공급 확보에 나서는 등 긴급 대응에 돌입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 국가들은 재택근무 확대와 근무일 단축, 에너지 절약 조치 등을 잇따라 시행하며 충격 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베트남 정부는 10일 기업과 시민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촉구하며 가능한 범위에서 재택근무를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는 또 개인 차량 이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카풀 등을 이용할 것을 당부하는 한편 연료 사재기나 투기 행위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성명을 통해 베트남이 중동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최근 연료 공급 차질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 국영석유그룹 페트롤리멕스에 따르면 이란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베트남 내 휘발유 가격은 32%, 경유는 56%, 등유는 80% 각각 상승했다.
하노이 등 주요 도시에서는 기름을 구하려는 차량과 오토바이가 주유소 앞에 길게 줄을 서는 모습도 목격됐다. 일부 소규모 주유소는 석유 공급 부족으로 영업을 일시 중단하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정부는 공급 안정 대책도 병행하고 있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쿠웨이트·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정상과 잇따라 통화하며 원유 및 연료 공급 확보 방안을 협의했다.
태국 정부도 에너지 소비 절감 조치를 본격 시행했다.
태국 내각은 이날 대민 서비스를 담당하는 필수 인력을 제외한 공무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시행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불필요한 해외 출장 자제를 요청하고 관공서 냉방 온도를 26도로 유지하도록 하는 등 공공부문의 에너지 절약 조치를 강화했다.
태국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C)는 성명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선제적 대응 조치"라며 "정부는 모든 부문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태국 정부는 상황이 악화할 경우 오후 10시 이후 간판 조명 소등이나 주유소 영업시간 제한 등 보다 강력한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태국은 현재 약 두 달 분량의 석유 비축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정부 역시 연료 소비 절감을 위한 긴급 조치를 시행했다.
필리핀 정부는 경찰과 소방 등 최일선 공공서비스 인력을 제외한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또 모든 관공서에 연료와 전력 소비를 10~20% 줄이도록 지시하고 불필요한 출장과 오프라인 회의도 금지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성명에서 "중동 지역의 혼란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며 "우리는 우리가 원하지도 않았던 전쟁의 피해자가 됐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원유 대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여전히 석유 화력발전에 크게 의존하는 에너지 구조를 가지고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