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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등에 각종 대책 쏟아져···결국 ‘호르무즈 봉쇄’ 앞에 백약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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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란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있는 가운데 9일(현지시간) 유조선 등 오만 무스카트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단기간에 유가를 안정시키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미 행정부가 전략비축유 방출, 미국산 석유 수출 제한, 휘발유 세금 부과 일시 중단 등 여러 정책을 논의하고 있으나 국제 유가 급등 상황에서는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라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에너지 자문을 맡았던 밥 맥널리 라피단에너지그룹 대표는 “전쟁이 에너지 공급을 계속 교란하는 한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를 빠르게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검토하는 조치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비축해 둔 원유 재고인 전략비축유 방출이다. 현재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약 4억1500만배럴 규모로 하루 최대 440만배럴까지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쟁 이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동하던 석유와 석유제품 규모가 하루 약 2000만배럴에 달해 이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하루 100만배럴씩 180일 동안 전략비축유를 방출했을 때도 유가는 일부 안정됐지만 상당 기간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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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셰브론 주유소에서 높은 휘발유 가격이 표시된 주유기 모습이 보인다. AFP연합뉴스


마크 켈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연방 휘발유세 징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이 정책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고 고속도로 재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더 강력한 조치로는 미국산 석유 수출 제한이 거론된다. 수출을 제한하면 단기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수 있지만 정유 산업과 국제 에너지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밖에도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 완화나 정유사들이 휘발유를 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도록 환경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된다.

제이슨 보르도프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 소장은 “유가 급등 때마다 등장하는 전형적인 정책들이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봉쇄된다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정책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유가 급등의 핵심 원인은 전 세계 해상 석유 수송량의 약 20%와 액화천연가스(LNG) 교역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CNN도 이날 해협 봉쇄가 하루 더 이어질 때마다 경제적 충격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운항을 재개하기 위한 군사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단기 해법으로는 미 해군이 유조선을 호위하는 작전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유조선 보호를 위해 해군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백악관 내부에서는 최근 일주일 동안 해군 호위 작전의 시기와 조건을 두고 집중적인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 해군 함정을 실제 전투 지역에 투입해야 한다는 점은 큰 위험 요소로 꼽힌다.

한 관계자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을 “사실상 ‘데스 밸리’(죽음의 계곡)와 같은 상태”라고 표현했다. 인근에 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전단이 대기하고 있지만 해협의 군사적 상황은 매우 위험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란은 정규 해군과 이슬람혁명수비대를 통해 해협을 사실상 이원화해 통제하고 있으며, 혁명수비대는 기뢰 부설용 선박과 폭발물을 실은 자폭 보트, 해안 미사일 기지 등을 활용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란이 LNG 운반선을 먼저 공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LNG 선박은 폭발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석유 업계 관계자는 CNN에 “결국 해결책은 하나뿐”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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