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오른쪽은 배현진 의원. 박민규 선임기자 |
국민의힘이 9일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반대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해온 장동혁 대표의 기존 입장보다 한 단계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6·3 지방선거를 90일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천 신청을 하지 않는 등 자멸 위기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결의문은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지 않았고, 당 명의가 아닌 의원 일동 명의로 발표됐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당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채택한 결의문을 낭독했다.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큰 혼란과 실망을 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으로 사과드린다”며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일체의 주장에 명확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대한민국도, 국민의힘도 과거로 결코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며 “우리 국민의힘은 다시 태어난다는 자세로 국민과 함께 미래로 전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또 “당내 갈등을 증폭시키는 모든 행동과 발언을 중단하고 대통합에 나서겠다”며 “당의 전열을 흐트러뜨리고 과거의 프레임에 옭아매는 일체의 언행을 끊어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권의 반헌법적 폭주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 수호, 사법파괴 저지, 헌법 가치존중에 동의하는 모든 국민과 연대하고 결연히 싸워나가겠다”며 “다가오는 6·3 지방선거에서 꼭 승리하겠다”고 했다.
앞서 이날 의총에서는 당 지도부의 노선 변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대로는 선거 못 치른다. 국민의힘이 적힌 운동복 입고 밖에 못 나간다”,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 “한동훈 전 대표 징계를 철회해야 한다” 등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현 의원은 광역단체장 공천 신청 기간을 연장하고, 수도권은 ‘당원투표 30% 대 여론조사 70%’ 룰로 경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된 결의문은 비상계엄을 옹호해온 장 대표의 기존 입장보다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달 1심 법원이 내란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후에도 “무죄 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한다”며 사실상 판결에 불복하는 입장을 냈다. 다만 결의문에는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고, 발표 주체가 당이 아니라 국회의원 일동 명의로 명시됐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이 윤 어게인 노선에서 완전히 탈피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결의문 발표는 지방선거를 둘러싼 위기감이 증폭하자 의원들이 부랴부랴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천 신청 마감날인 전날까지 현역인 오 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등은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다.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경기 지역에는 후보 등록한 현역 의원은 0명이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충남도에는 공천 신청자가 없었다.
이날 결의문 발표를 계기로 오 시장은 후보 등록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촉구해온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의미있는 변화의 시작”이라며 “수도권 출마 후보자들이 이제 선거에 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김 지사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의 불씨가 완전하게 꺼지지 않은 상황에서 충남지사 공천 신청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재공모 시 공천을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결의문 발표로 국민의힘이 보수진영을 통합하며 침체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어서 진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비상계엄을 옹호해온 당권파들이 반발하며 당이 다시 내홍에 빠져들 수도 있다. 장 대표의 지지 기반인 유튜버 등 극우 세력의 반발도 변수다.
장 대표는 의총 후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침묵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는 의원들의 총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노선 변경을 촉구해온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 간사 이성권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우리 당이 윤 어게인 세력과의 완전한 절연을 선언한 결의문을 채택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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