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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변동성 안정이 자금 유입 열쇠…10년물 금리 3.1% 전망 [Pick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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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IB 전문가가 본 韓금융
韓 유입 일본자금 비중 최대 60%
금리 변화따라 장기물로 머니무브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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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래플스플레이스의 마천루 사이 전광판에 ‘KOSPI(코스피) 6000’이라는 붉은 문구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글로벌 자금의 시야 밖에 머물던 한국 시장이 다시 투자자들의 레이더에 들어오기 시작했음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현지에서 만난 글로벌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주식을 이을 한국의 다음 투자처는 국고채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4월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앞두고 한국 국고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서다. WGBI는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이 국채를 매입할 때 나침반처럼 참조하는 최대 국채지수다. 편입 국채 시가총액 합계만 약 35조 달러에 이른다. 한국은 4월부터 8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편입되며 이에 따라 최대 700억 달러(약 104조 원)의 패시브 자금이 몰려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낮추고 원·달러 환율도 5%가량 내릴 수 있는 뭉칫돈이다.

켕 시앙 응 스테이트스트리트 인베스트매니지먼트(SSIM) 아시아태평양(APAC) 채권 총괄은 “정부가 효율적인 인프라를 만드는 것은 시장의 문을 여는 일이지만 자금이 계속 머물게 하는 것은 국가의 펀더멘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변동성이 큰 환율과 거시경제 지표를 안정적인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것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핵심”이라며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의 정교한 정책 공조를 주문했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현지 IB의 전문가들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한국 금융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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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관심사인 자금 유입 규모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소 400억 달러(바클레이스)에서 최대 700억 달러(ING은행)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특히 찬드레시 제인 BNP파리바 이머징마켓 금리·외환 전략 이사는 시장의 통념을 뛰어넘는 분석을 내놓았다. 통상 WGBI 추종 자금 중 일본계 비중은 20% 안팎으로 추정되지만 제인 이사는 실제 한국 국채 시장에 유입될 일본 자금의 영향력이 50~60%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인 이사는 “일본 투자자들은 자국 국채(JGB)의 재정 리스크를 우려해 대안을 찾고 있다”며 “WGBI 편입 자금 500억 달러에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물량 500억 달러, 개인의 해외 자산 환류 등을 합치면 총 1000억 달러가 넘는 거대한 ‘바이 원(buy won)’ 수급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미르 고엘 도이체방크 아시아태평양(APAC) 리서치 총괄은 이러한 강력한 수급 지지선에 힘입어 현재 3.6%대인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연말에는 3.1~3.2%까지 하락(채권 가격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레오 테이 ING은행 APAC 트레이딩 총괄 역시 “인덱스를 추종하는 ‘리얼 머니’ 투자자들로부터 지속적인 자본 유입이 일어날 것”이라며 기계적 리밸런싱 규모만으로도 500억~700억 달러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헤지펀드 등 글로벌 매크로 자금의 관점에서도 한국물은 이미 충분한 투자 매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제인 이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50%인 상황에서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3.6%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달 금리보다 운용 수익률이 높은 ‘양(+)의 캐리’ 구조가 뚜렷해 레버리지나 상대 가치 전략을 구사하는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진입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낮은 조달 비용과 자본 이득 극대화가 동시에 가능한 금리 환경이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만기 구간별로 투자 주체와 온도 차는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1~3년 단기 구간은 국내 자산시장 내 ‘머니 무브(자금 이동)’ 영향권에 있어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10년 이상 장기 구간은 일본 생명보험사와 글로벌 연기금 등의 신규 수요가 유입되며 장기 금리가 하락하는 ‘플래트닝(수익률 곡선 평탄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았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손범기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는 국고채 금리가 10~15bp(0.10~0.15%포인트) 하락할 여력은 인정하면서도 지표상의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2.1%)에서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실질 성장률은 1.1% 수준에 불과하다”며 “반도체 이외 부문의 성장 동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자산 가격 상승에만 기댄 낙관론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취약 계층의 상황을 고려해 중앙은행이 보다 신중하고 정교한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자금 유입 수치보다 장기 투자 자금이 실제로 한국에 뿌리내릴 수 있느냐가 본질적인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고엘 총괄은 “WGBI 패시브 유입이 연간 600억 달러를 웃도는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을 상당 부분 상쇄하며 경상·금융계정 불균형을 완화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을 달았다. 고엘 총괄은 “글로벌 장기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금리보다 통화 안정성”이라며 “금리가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환율이 요동치면 장기 자금은 쉽게 정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안정적인 자본 유입을 위해서는 금리 매력뿐 아니라 원화의 예측 가능성과 자본시장 체질을 함께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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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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