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날이 풀리면서 야외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걷기 운동 후 발에 생긴 작은 물집이나 티눈 하나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일반인에게는 며칠 쉬면 낫는 사소한 상처지만, 당뇨 환자에게는 순식간에 악화되어 다리 절단이라는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당뇨발'의 시작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형외과 전문의 박정민 원장(혜민병원)의 자문을 기반으로 당뇨발의 원인부터 평소 예방 습관까지 상세히 알아본다.
상처 나도 무감각… '신경병증'이 부르는 무서운 증상
당뇨발은 넓은 의미에서 당뇨 환자의 발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일컫는다. 일반인에 비해 상처나 감염이 훨씬 심각하게 진행되고 악화하는 경향이 있어 의학적으로도 '당뇨발'이라 따로 명명하며 치료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좁은 의미로는 당뇨 환자의 발에 쉽게 호전되지 않는 궤양이나 괴사 등 이상 증상을 말한다. 당뇨발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당뇨의 대표적인 합병증인 '신경병증'과 '혈관 병증'에 있다.
특히 환자들이 발이 썩어가고 궤양이 생기는데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기이한 현상은 신경병증 때문이다. 고혈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신경을 둘러싼 조직이 손상되고 통증을 느끼는 감각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통증은 우리 몸을 보호하는 일종의 경고 시스템이다. 아픔을 느껴야 발을 보호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데, 이 방어막이 무너지는 것이다. 박정민 원장은 "신경병증이 진행된 당뇨 환자는 길을 걷다 발에 못을 밟아도 심한 통증을 느끼지 못해 수일간 그대로 걸어 다니기도 하며, 이러한 조그마한 손상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 보행하면서 감염을 악화시키고 치료 시기를 놓쳐 위험한 상황으로 진행된다"고 경고한다. 여기에 땀이 나지 않는 자율신경 손상까지 겹치면 증상은 더욱 가속화된다. 땀이 나지 않아 피부의 보호막인 습기가 조절되지 않으면 피부 건선, 습진, 모낭염 등이 발생하고, 건조해진 피부가 갈라지면서 그 틈으로 감염이 시작된다.
궤양이 순식간에 괴사로… 단계별 증상은?
신경 손상과 더불어 당뇨발을 치명적으로 만드는 또 다른 원인은 다리 혈관이 막히는 '혈관 병증'이다. 상처가 낫기 위해서는 혈액순환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이 원활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하지만 당뇨 환자는 하지 혈액순환 부전이 동반되어 아주 작은 상처가 생겨도 치유되지 못하고 순식간에 조직이 죽어버리는 괴사로 이어진다.
당뇨 환자라고 해서 염증의 진행 속도 자체가 일반인보다 물리적으로 빠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보호막 상실과 혈액순환 저하가 맞물리면서, 같은 궤양이라도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는 특성을 보인다. 발가락이 까맣게 변하거나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면 이미 심부 감염이 상당히 진행되었다는 신호다. 증상이 악화되어 뼈까지 감염이 퍼지는 골수염 단계에 이르면 예후가 매우 불량해진다. 따라서 발에 아주 사소한 상처나 피부 벗겨짐 등의 이상 증상이 관찰된다면, 지체 없이 전문 센터를 찾아 혈액순환 정도와 감염의 깊이를 조기에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발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발 조직' 보존을 고려한 치료법 시행... 감염 심하면 '절단' 불가피
당뇨발 진단 후 이루어지는 치료의 기본이자 핵심은 '변연절제술'이다. 이는 죽은 조직과 감염 조직을 긁어내어 제거하는 수술이다. 겉보기에는 생살을 긁어내는 것처럼 고통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나머지 살아 있는 조직의 재생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박정민 원장은 "감염 조직을 남겨두면 빠른 속도로 감염이 번져나가고, 반대로 보존해야 할 조직마저 제거하면 발을 살리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살릴 수 있는 조직과 반드시 제거해야 할 조직을 정확히 감별해 내는 전문가의 소견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괴사가 완전히 진행되지 않은 부위는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요인을 파악하고 교정하여 최대한 발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진행된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패혈증과 같이 환자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는 상황이 급격히 진행되거나, 발의 괴사가 상당 부분 진행되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최후의 수단으로 절단을 결정하게 된다. 이는 발을 살리려다 환자의 생명까지 잃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 적절한 시기에 절단 후 의족을 착용하여 환자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매일 들여다보는 발, 올바른 관리와 예방이 최선의 치료
당뇨 환자에게 가장 훌륭한 치료법은 철저한 생활습관 관리를 통한 예방이다. 당뇨발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다음과 같은 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매일 발을 관찰해야 한다. 조금만 이상이 느껴진다면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발에 상처는 없는지, 피부색이나 온도가 변하지는 않았는지, 굳은살이나 물집이 잡히지 않았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시력이 좋지 않거나 몸을 굽히기 힘든 환자라면 보호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발을 살펴주어야 한다.
둘째, 굳은살과 티눈의 자가 처치는 절대 피해야 한다. 당뇨 환자는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해 집에서 손톱깎이 등 날카로운 도구로 굳은살을 뜯어내다 상처를 만들고 심각한 궤양 감염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굳은살이나 발톱 관리는 가급적 병원을 방문해 안전하게 처치 받아야 하며, 평소에는 보습 연고를 발라 발의 습기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셋째, 발에 맞는 편안한 신발을 선택해야 한다. 꽉 끼는 신발 대신 평소보다 한 사이즈 큰 신발을 선택해 발에 가해지는 자극을 줄이고, 여유 있게 천천히 걷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신발이나 보조기 선택이 고민된다면 전문가를 통해 자신의 발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고 처방받는 것을 권장한다.
넷째, 족욕 시 온도 화상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신경병증이 진행된 당뇨 환자는 온도 감각마저 둔해져 라면을 끓일 정도로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고도 그저 따뜻하다고 느낄 수 있다. 자가로 온도계 없이 족욕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므로 보호자의 세심한 온도 관리가 필수적이다.
조금이라도 발에 이상이 관찰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 센터를 방문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당뇨발을 절단하지 않고 보존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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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금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저작권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