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전 정정 뒤 시정명령 ‘불가’ 판결
서울 시내 오피스텔 견본주택에 붙은 임대문의 안내문. |
건설사가 분양광고의 누락 사항을 시정명령 전에 먼저 고쳤다면 이후 지자체가 내린 시정명령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시정명령을 근거로 한 분양계약 해제 소송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A건설사는 2020년 10월 강원 속초에서 생활숙박시설을 공급하기 위해 분양 신고를 했다. 당시 광고안에는 건축물분양법상 필수 기재 사항인 용도지역과 지구단위계획 수립 여부, 교육환경보호구역 설정 여부 등이 빠져 있었다.
속초시는 2024년 8월 사전통지를 거쳐 같은 해 10월 누락 사항을 수정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A건설사는 시정명령이 내려지기 한 달 전인 같은 해 9월 분양 광고가 실렸던 간행물에 정정 내용을 게재하고 홈페이지 공지, 수분양자 문자 통지, 분양사업장 공고문 부착 등의 조치를 이미 마친 상태였다.
법원은 “행정청의 처분 시점에 위반행위 결과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의 시정을 명하는 시정명령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건축물분양법은 분양광고가 분양 신고 내용과 다르거나 법정 기재사항을 누락한 경우 허가권자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정명령이 내려질 경우 분양계약서에 통상 포함되는 ‘시정명령 시 계약 해제 가능’ 조항이 작동하면서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수분양자들이 시정명령을 근거로 계약 해제를 주장하면서 분쟁이 이어졌다. 그러나 법원이 시정명령 자체를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해당 사유에 따른 계약 해제 주장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최철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건축물분양법이 적용되는 분양사업에서는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벌금형 등이 계약 해제 사유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는 분양계약을 벗어나기 위해 과거 분양광고의 미비점을 찾아 지자체에 시정명령을 요구하는 민원이 제기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시정명령이 내려지기 전에 이미 정정 공고와 개별 통지 등을 통해 위반 사항이 모두 시정된 상황”며 “더 이상 시정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내려진 시정명령은 위법하다고 판단돼 취소됐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분양계약 취소·해지 소송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정명령 이전에 시정 조치가 이뤄졌다면 계약서상 ‘시정명령 발생 시 계약 해제 가능’ 조항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수분양자들이 계약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 공고의 미비점을 문제 삼는 경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사업자가 이미 필요한 정정과 고지를 마친 상태라면 이를 다시 시정명령과 계약 해제 사유로 연결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는데 이번 판결이 그런 분쟁에 일정한 선을 그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판결로 시정명령을 근거로 한 계약 해제 소송은 줄어들 수 있어도 분양계약 분쟁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분양자들이 기망·착오나 설계 변경 통지 문제 등 다른 사유를 들어 소송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어서다.
최 변호사는 “실제 분양 현장에서는 시정명령 문제 외에도 계약 당시 기망 여부나 설계 변경 고지 문제 등을 함께 다투는 경우가 많다”며 “시정명령 쟁점이 정리되더라도 분쟁이 곧바로 끝나기보다는 다른 법적 쟁점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천상우 기자 ( 1000tkdd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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