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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쑥뜸방 가자"…청년들은 지금 '리커버리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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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엠지]<3> 휴식에 목마른 2030세대

[편집자주] [편집자주] '요즘 애들'이라는 말만으론 설명하기 힘든 변화가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MZ세대의 '지금'은 어떨지, '오'늘의 '엠지'세대 이야기를 같이 들어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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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저녁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A쑥뜸방에서 한 소비자가 쑥뜸 찜질을 받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지난 5일 저녁 서울 서초구의 한 쑥뜸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조금은 매캐하면서도 묘하게 향긋한 쑥 냄새가 매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30대 여성 길모씨는 익숙한 듯 뜸을 받을 준비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친 몸을 쉬게 해주는 특효약으로 쑥뜸만 한 게 없어요.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찾는데 올해 들어서는 예약이 너무 어려워졌어요."

최근 휴식과 회복을 추구하며 쑥뜸방을 찾는 청년층이 급증하고 있다. 몸을 쉬게 하고 피로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노년층이 즐기던 전통 요법을 새로운 체험 콘텐츠로 소비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리커버리노믹스(Recovery-nomics·회복과 경제의 합성어)' 트렌드다.

8일 네이버 키워드 검색량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7월 7000건 수준에 머무르던 '쑥뜸' 검색량은 지난해 12월 1만건을 넘어섰다. 올해 2월 기준으로는 3만건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찜질방' 검색량 역시 17만건에서 36만건으로 2배 넘게 늘었다.

현장에서도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서울 서초구에서 15년째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 쑥뜸방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저녁 시간대 예약이 꽉 찼다고 했다. 사장 이연순씨(62)는 "퇴근 후 매장을 찾는 젊은 세대 직장인이 전체 고객의 70% 정도"라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보고 찾아온 20·30대 여성 손님이 정말 많아졌다"고 했다.

청년들은 특히 기계식이 아닌 전통 방식의 뜸을 취급하는 소규모 매장을 찾아다니는 경향을 보였다. 애엽(쑥)을 돌돌 말아 수건을 깐 채 직접 피부에 열을 가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경험을 '제대로' 축적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꼭 친구와 함께 매장을 찾아 서로 인증샷을 찍어가더라"고 말했다.

이선민씨(33)는 "SNS에서 쑥뜸이 인기라는 걸 보고 쑥뜸방을 찾았는데 찬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좋아서 3번째 재방문하고 있다"며 "쑥에서 나온 열을 직접 느끼는 게 기계식과 차별화되는 매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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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가평군에 위치한 핀란드식 사우나 시설. 우측에 쌓인 조약돌에 고구마를 구워 먹을 수 있다./사진=독자 제공.



이색 찜질방을 찾아다니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경기 가평군에서 핀란드식 사우나를 운영하는 이창원씨(61)는 "사우나를 찾는 고객의 80% 이상이 20·30세대"라고 말했다. 핀란드식 사우나는 조약돌 아래 군불을 땐 뒤 그 위에 물을 부어 나오는 수증기로 찜질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지난 5일 이곳을 찾은 지모씨(27)는 "프라이빗하게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점이 만족스러웠고 사우나에서 고구마를 구워먹는 경험도 새로웠다"며 "쉬면서 새로운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안모씨(28)도 "건식 사우나라는 점이 독특해서 눈길을 끌었고 쌓인 피로를 풀 수 있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가 휴식과 회복을 위한 공간으로 쑥뜸방과 찜질방을 찾고 있다고 봤다. 새로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문화도 이같은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쑥뜸과 찜질방의 유행은 고물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헬스장을 찾던 청년들이 러닝으로 시선을 돌린 것과도 연관이 있다"며 "가성비를 중시하게 된 20·30세대 소비자들이 같은 값을 주고 더 새롭고 가치 있는 경험을 사는 '경험 소비'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내 경제가 악화되고 청년층에 스트레스가 쌓인 상황에서 웰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점 역시 인기 요인으로 보인다"며 "직장인이 퇴근 후 이러한 시설들을 많이 찾는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최근 감자튀김 모임이 유행했듯 젊은 세대는 또래와 새로운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경향이 강하다"며 "야간에도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사람들과 모일 수 있는 곳으로 찜질방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현 기자 ssn35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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