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AI, 반도체, 통신,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너무나 생소한 기술 이야기를 쉽게 풀어 전해 드립니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미국의 이란 공습에 인공지능(AI)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 전쟁부는 클로드, 제미나이 등 우리가 접하는 AI 챗봇을 공습에 이용했다고 합니다. 현재 AI 기술은 직접 전투에 가담하지는 않지만, 대신 현대전의 '의사 결정 과정'을 압축하는 자동화 도구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투의 템포는 더욱 빨라지고, 윤리 문제도 더 심화할 전망입니다.
"생각의 속도보다 더 빠르다" 현대전서 위용 드러낸 AI
미국 항공모함인 에이브러햄 링컨호에서 전투기 출격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지난 4일(현지시간) 미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AI 덕분에 미 공군, 해군이 폭격하는 속도가 증가했습니다. 공군기들은 작전 개시 이후 24시간 동안 1000곳의 목표물을 타격했고, 이후 현재까지 1000곳을 추가로 타격했습니다. 21세기 미군 역대 최대의 작전이었던 이라크전 첫날보다 2배 더 큰 규모의 공습입니다.
이 과정에서 AI는 어떤 용도로 쓰였을까요. 군사학 전문가인 크레이그 존스 영국 뉴캐슬대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AI의 역할을 '결정 압축기'로 표현했습니다. 존스 교수는 "인공지능은 어떤 목표물을 공격할지 추천을 올리는데, 어떤 면에선 생각의 속도보다도 빠르다"며 "작전의 속도와 규모 모두 확보할 수 있다. 덕분에 상대 정권의 핵심 인물을 암살하는 동시에, 적군의 반격 능력도 무력화할 수 있다. 과거의 군대는 이런 작업에만 며칠, 혹은 몇주가 걸렸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전은 정보전이라고 불립니다. 정찰기, 군함, 인공위성 등 수많은 군 자산이 카메라, 적외선 카메라, 감청 장비, 전자 장비 등을 활용해 온갖 정보를 수집하지요. 적군의 무전 메시지부터 군사 기지 촬영 사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군사 정보가 지휘 통제 사령부로 전송됩니다. 사령부 내 군인들은 이런 정보를 정리하고 교차 검증해 가장 중요한 타격 목표를 걸러내고, 사령관의 승인을 받아 실제 공습을 진행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공격 과정을 '킬 체인(Kill chain)'이라고 합니다.
과거 킬 체인의 가동에는 수많은 군 인력이 가담했고, 이 때문에 실제 타격에 드는 시간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AI가 군사 정보 처리 체계의 중추에 자리 잡은 지금은 업무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됐습니다. 군사 의사 결정에 드는 과정이 '압축'된 것이지요. 덕분에 군대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목표를 타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인간보다 50배 더 빨리 폭격…윤리 문제 더 커져
2년간의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파괴된 가자시티 건물들의 모습. AP연합뉴스 |
AI 결정 압축기가 처음 공식적으로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23년 10월 이스라엘군의 가자 공습이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가스펠'이라고 이름 붙인 표적 생성용 AI를 사용했다고 밝혔지요. 가스펠도 결정 압축기의 일종입니다. 가자 지구 내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한 AI가 폭격 대상을 추천하고, 이를 사령부가 검토한 뒤 결정을 이행합니다. 이스라엘군은 가스펠을 "표적 생산의 공장 생산라인"이라고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이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가스펠은 과거의 군 표적 지시관을 대체합니다. 20명의 이스라엘군 장교로 구성된 그룹은 300일간 50~100개의 표적을 걸러낼 수 있습니다. 반면 가스펠은 10~12일 안에 200개 목표물을 만듭니다. 킬 체인 속도가 최소 50배 더 빨라진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공장에서 찍혀 나오는' 표적 데이터는 필연적으로 윤리 문제를 야기합니다. AI는 순식간에 목표물을 생성할 수 있지만, 그 품질이 일정하지 않을뿐더러, 환각 현상 때문에 잘못된 목표물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도 막대한 수의 민간인 사망자를 낳았으며,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인종 학살"이라고 규탄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AI를 활용한 군사 장비는 선진국을 넘어 다른 곳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란 혁명 수비대도 2023년 해군에서 사용하는 드론을 과시하며 "AI를 탑재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란은 미국·중국 등 기술 강국보다 현저히 뒤처지는 AI 모델을 사용할 것으로 추측되는 만큼, 오폭 위험은 더욱 커집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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