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선박 자동식별장치(AIS)의 목적지 칸에 "중국 소유", 또는 "중국인 선원 탑승"이라는 문구를 넣어 해협을 통과하는 배들이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 연합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격침 위협을 하면서 전 세계 석유와 천연가스 20%가 이동하는 물길이 막힌 가운데 ‘중국인 카드’가 돌파구로 부상했다. 이란과 중국이 친밀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공격을 피하기 위해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이 스스로 중국 배라는 점을 선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박이 내보내는 AIS(자동식별장치)의 선박 정보란에 중국과 연관이 있는 배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해상통신(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일주일 최소 10척 선박이 이 AIS의 최종 목적지 표시란을 “중국 소유”, “모두 중국 선원” 또는 “중국 선원 탑승”이라는 말로 바꿨다.
이렇게 바꾼 선박들은 화물선부터 유조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선적을 마친 경우도 있고, 아직 빈 배인 경우도 있다.
FT에 따르면 지난 4일 ‘아이언 메이든’호가 오만에 도착하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AIS의 선박 정보란 최종 목적지를 ‘중국 소유’로 바꿔 해협을 통과했다.
중국만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일부 선박은 다른 소속을 내건다.
이란이 공격을 받은 첫날인 지난달 28일 유조선 ‘보가지치’호는 AIS에 “튀르키예 무슬림 선박(Muslim Vsl Turkish)”이라고 표시한 뒤 해협을 통과했다.
해운 데이터 플랫폼 케이플러(Kpler)의 매튜 라이트 애널리스트는 선박의 무선 송수신기(트랜스폰더) 신호 관리 책임은 선장에게 있지만 신호 데이터 가운데 목적지 칸은 쉽게 수정될 수 있다면서 “그 칸에 무엇이든 적어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방법이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2023년 홍해가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으로 막혔을 때에도 일부 선박들이 ‘중국 배’라고 주장해 공격을 피했다.
로이드시장협회에 따르면 현재 해협을 통과하지 못해 걸프 지역에 묶인 선박이 약 100척이다. 경제적 가치는 약 250억달러에 이른다.
이란은 걸프만 입구의 호르무즈 해협을 넘나드는 선박들뿐 아니라 멀게는 북부 쿠웨이트 해역의 선박도 공격하고 있다. 지난 4일 쿠웨이트에서 석유를 선적하려던 빈 유조선이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기도 했다.
스스로 중국 배라고 주장하는 것 외에 다양한 방법들도 동원되고 있다.
일부 선박은 GPS 신호를 조작해 유도 무기를 교란하고 있다. 리서치 업체 탱커트래커스닷컴에 따르면 이들 선박은 해운 데이터플랫폼 상에서 서로 무리 지어 있는 것처럼 표시해 유도 무기가 목표를 헷갈리도록 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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