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청와대發 속도전에 …달라진 李정부 장관들의 생존법

댓글0
[뛰는 대통령, 못 따라가는 공직사회]⑥

머니투데이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정 운영의 무게중심이 대통령과 청와대로 급격히 쏠리면서 장관들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정부가 각 부처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책임 장관제'를 내세웠던 것과 달리 현 정부의 장관들은 '정책 설계자'보다는 '정책 실행 책임자'로서의 성격이 짙어지는 모습이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최근 관가에선 장관의 정무적 리더십이 상대적으로 축소됐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 정책의 큰 줄기와 담론의 키를 대통령과 청와대가 세게 쥐면서 장관들은 이를 얼마나 신속하게 정책으로 구체화해 성과로 만들어 내느냐가 주요 역할이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속도전' 의지에서 비롯된다. "공무원의 1시간은 국민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는 대통령의 철학에 따라 각 부처는 정책의 숙성보다는 '즉각적인 반응'과 '가시적인 성과' 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장관들은 정책을 설계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전통적 리더'가 아닌 현안을 꼼꼼히 챙기는 '실무자형 리더'로서의 움직임이 강조된다.

변화된 기류는 국무회의나 부처 업무보고 풍경마저 바꿨다. 주요 회의가 생중계되면서 장관들은 전 국민 앞에서 자신의 실무 역량을 가감 없이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대통령의 송곳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하고 전문성을 드러내는 것이 장관 역량 평가의 핵심 척도가 된 셈이다.

업무 강도도 상당하다. 이 대통령은 현재 국무위원 및 청장급 70여명이 참여하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실시간으로 업무를 지시하고 현안을 묻고 있다. 대통령이 현안을 물으면 장관이 직접 실시간으로 답하는 구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늦은 밤은 물론 새벽에도 텔레그램에 글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 장관들이 항상 휴대전화를 쥐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디지털 국정 소통' 속도에 발을 맞추는 것도 주요 일과가 됐다. 실제 현재 공석인 기획예산처와 해양수산부 장관 등을 제외하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등 대부분 장관이 X(엑스·옛 트위터)를 개설했다. 눈에 띄는 점은 장관들이 이 대통령의 X 활용이 본격화 한 지난 1월 23일 이후 본격적으로 X 개설에 나섰다는 점이다. 한 장관은 "기존에 X를 사용하지 않았다 보니 낯설긴 하다"며 "열심히 X 사용법을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장관들도 이 대통령의 속도전에 점차 적응해가는 모양새다. 교복 가격 문제와 같은 생활 밀착형 현안에 대해 대통령 지적 이후 관련부처가 유기적으로 후속조치에 착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대통령도 최근 싱가폴·필리핀 순방 복귀 이후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구 부총리와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이 '중동상황 관련 경제분야 합동 비상대응 방안'과 '금융시장 분야 합동 비상대응 방안' 등을 보고하자 "준비를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재명 정부의 '초속도 행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단기 현안 해결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연금·노동·교육 등 긴 호흡이 필요한 구조개혁 과제에 대한 추진동력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대통령이 믿는 사람들로 임명했으면 장관 중심으로 정책이 집행되고 운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국가적 마스터플랜을 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원석 세종대 국정관리연구소 연구교수도 "대통령의 지시로 정책 내용이 왜곡될 수 있어 걱정스러운 면도 있다"며 "국무회의만 하더라도 구체적인 정책의 권한과 책임이 장관이 아닌 대통령에게 넘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밝혔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세종=김온유 기자 onyo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한국금융신문경동나비엔, 초고화력·안전장치 '매직 인덕션' 강화
  • 연합뉴스텔레픽스, AI 큐브위성 영상 유럽 첫 수출
  • 헤럴드경제한유원 ‘동반성장몰’ 수해 재난지역 지원 특별 기획전
  • 뉴스1"취향따라 고르자"…경동나비엔, 나비엔 매직 인덕션 컬러 추가
  • 뉴스핌BNK부산은행, 금감원과 '보이스피싱 및 전자금융사기 예방캠페인' 실시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