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이스라엘 예루살렘 인근 베이트셰메시가 폐허가 된 모습. 이 공격으로 최소 9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EPA 연합뉴스 |
러시아가 중동에 배치된 미군 자산의 위치 정보를 이란에 제공하고 있다는 미국 정보 당국 관계자의 주장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은 6일 익명을 요구한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중동에서 미군을 공격할 수 있도록 이란에 표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를 두고 “미국의 주요 적대국이 비록 간접적일지라도 이번 전쟁에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 신호”라며 “이번 분쟁에 정교한 정보 수집 능력을 갖춘 미국의 핵심 핵보유 경쟁국 가운데 하나가 등장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러시아는 이란에 군함과 항공기 등 미 군사 자산의 위치를 넘겨왔다.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정보 제공 가능성이 최근 이란이 미군 지휘통제 시설과 레이더 등 핵심 군사 인프라를 정밀 타격해 온 공격 양상과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뒤 중동 내 미군 기지와 외교 시설 등을 겨냥해 수천 대의 자폭형 드론과 수백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쿠웨이트에서는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미군 장병 6명이 사망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있는 미국대사관 내 미 중앙정보국(CIA) 지부도 드론 공격을 받았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러시아 군사 전문가 다라 매시콧은 “이란은 조기경보 레이더나 초수평선 레이더를 매우 정밀하게 타격하고 있다”며 “상당히 표적화된 방식으로 공격하고 있고, 지휘통제를 노리고 있다”고 했다.
매시콧은 이란이 군사용 위성을 몇 기밖에 보유하지 못했고 자체 위성망도 없기 때문에, 러시아가 제공하는 영상 정보는 매우 큰 가치가 있다고 봤다. 이란과 달리 러시아는 지난 4년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면서 자체적으로 표적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을 발전시켜 왔다는 것이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벨퍼센터에서 이란과 러시아의 협력을 연구하는 니콜 그라예프스키 역시 “이란의 보복 공격 시 표적 선정을 보면, 일부 경우 미군과 동맹국의 방공망을 압도하는 높은 수준의 정교함이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방공망을 뚫고 들어오고 있다”며 “이란의 공격 수준이 작년 여름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때보다도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WP는 이 같은 러시아의 대이란 지원이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여러 나라의 대리전 양상으로 얽히게 된 상황을 상기시킨다고 짚었다. 그간 이란·중국·북한 등 미국의 적대국들은 러시아에 직접적인 군사 및 물적 지원을 제공해 왔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군사 장비와 함께 러시아군의 위치 정보 등을 지원한 바 있다.
특히 이란은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러시아의 주요 ‘후원국’ 가운데 하나였다. 이란은 값싼 자폭형 드론 생산 기술을 공유했고, 이 드론들은 키이우의 방공망을 압박하고 서방이 우크라이나 도시 방어를 위해 제공한 요격탄 재고를 소모시키는 데 반복적으로 사용돼 왔다. 이번 러시아의 대이란 지원 상황에 정통한 한 당국자는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얼마나 돕고 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어느 정도 되갚아줄 기회를 매우 반겼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러시아가 이란에 어느 정도 수준의 표적 정보를 지원하고 있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이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러시아가 중동 내 미국 표적 정보를 이란과 공유하고 있다는 점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그것(러시아의 대이란 정보 지원)이 전혀 차이를 만들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우리는 그들을 완전히 초토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란의 주요 우호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와 중국에 전할 메시지가 있냐’는 질문에 “없다”며 “그들은 여기서 실제로 중요한 변수는 아니다”라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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