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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성적표·준비부족…한계 달한 ‘특검 만능론’ [서초동 야단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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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최근 법조계에서 ‘특검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수사를 마치고 활동을 종료한 안권섭 특별검사팀(상설특검)이 검찰·쿠팡 유착 여부를 규명하지 못하는 등 ‘반쪽’짜리 성적표를 내놓은 데다 김건희특검은 재판 준비 미흡으로 결심공판 기일이 미뤄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데 따른 것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5일 활동을 종료한 상설특검은 수사대상 7개 중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 △보고서에 압수수색 결과를 고의적으로 누락한 의혹 △압수수색 계획 등 수사 정보를 누설한 의혹 △고용노동부와 쿠팡 등 4개 의혹에 대해선 수사 종결을 하지 못하고 관할 지방검찰청에 인계했다.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의 국회 위증 의혹은 일부 사안에 대해서 추가수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고 검찰에 넘겼다.

상설특검은 작년 부천지청 소속 부장검사가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검찰 지휘부의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폭로를 계기로 출범했다. 2024년 12월 서울남부지검이 건진법사 전성배씨 자택에서 압수한 5000만 원 관봉권 띠지를 수사 과정에서 훼손·분실한 사건도 수사했다.

특검팀은 관봉권 폐기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윗선’의 폐기·은폐 지시를 입증할 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 냈다. 압수목록 부실 작성과 원형보존 지시의 불명확성, 압수물 인수 과정 확인 부족 등 ‘업무상 과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쿠팡 사건에선 검찰과 쿠팡 측의 유착 의혹은 최종적으로 규명되지 못했다. 지난달 3일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전 대표와 정종철 현 대표, CFS 법인을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수사하던 주임 검사에게 불기소 처분을 종용한 혐의를 받는 엄희준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전 차장검사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것이 성과다.

김기욱 특검보는 “엄 검사와 대검 관계자들이 쿠팡 측 변호인과 빈번하게 연락했고 사건 처리 전부터 일부 검사들의 무혐의 의견을 쿠팡 측이 알고 있었던 정황은 확인됐다”면서도 “객관적 증거를 통해 유착 관계까지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관봉권 의혹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지만 불기소 결론을 내리는 대신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다는 것이다. 범죄 혐의가 없을 때 불기소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규정이 특검법에 없는 만큼 범죄혐의가 추가적으로 밝혀질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검찰에 넘겨야 한다는 것이 상설특검의 입장이다.

안 특검은 이에 대해 “특검은 한시적 조직이고 시간적 제약과 엄격한 수사 절차 등 여러 사정이 있어 미처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10월 자체 감찰을 통해 남부지검 지휘부가 증거 은폐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결론을 낸 만큼 특검이 사건을 또 다시 검찰로 넘기는 건 책임회피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제3기관의 객관적인 눈을 빌려 명확한 책임 주체와 결론을 내리는 것이 특검 출범 취지”라며 “다시 검찰에 사건을 이첩하는 건 불필요한 수사력 낭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일 열린 김건희특검 기소 재판에서는 특검팀이 증거목록을 준비해오지 않아 재판이 무산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재판장은 “이 사건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라며 “뭡니까, 이게”라며 특검팀을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급작스럽게 인사가 났다고 해도 이런 부분도 공유가 안 되나”라며 “지난번에 증거조사를 하기로 하고 날짜를 잡은 건데 증거조사도 준비가 안 된 건가”라고 질타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특검을 ‘만능 해결책’처럼 활용하는 관행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검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수사 방식인데도 정치적 타협 수단처럼 활용되면서 오히려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검찰은 인력 부족으로 미제사건이 쌓여가고 있는데 특검은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적어 ‘워라밸’이 좋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며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제대로 규명된 의혹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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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리 기자 we122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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