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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과 검찰개혁 정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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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동명대 교수]
1.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읽고 있다. 책날개를 펼쳐보니 2010년 10월에 나온 1판 33쇄다. 첫 쇄가 나온 것이 같은 해 7월이다. 석 달만에 33쇄라니, 이 책이 얼마나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는지 알 수 있다. 샌델의 모국인 미국에서 10만부 정도였는데 한국에서는 100만부가 팔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나는 16년 전 읽었던 이 책을 먼지 쌓인 서가에서 꺼내 정독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요즘 전개되는 특정 이슈에 대하여 어떤 <정의 justice> 개념을 적용시켜야 하는지 고민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정치철학 베스트셀러의 18페이지에 눈이 번쩍 띄는 다음 대목이 나온다.

“(부정의에 대한) 분노는 자격 없는 사람이 무언가를 얻는다고 생각될 때 느끼는 특별한 종류의 화다. 다시 말해 부당함에 대한 화다.”

2.
지금 나는 정확히 위의 문장에 부합되는 파토스를 느끼는 중이다. 정부와 민주당 내에서 추진되는 검찰개혁법안, 이름하여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신설 법안> 처리 과정에 대해서다. 정부가 제출한 원안을 그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밀어붙이는 일군의 그룹들에 대해서다.

지난 1월 2일 최초 입법예고안에 이어 두 번째로 제출된 지금 정부 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다음과 같은 단언에서 가장 정확히 드러난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검사동일체의 검찰청법이 공소청법으로 타이틀만 바뀌었다.”

참여연대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강력한 항의를 내놓았다. “(시민사회의) 비판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실질적 권한 분산 없이 조직 이름을 검찰청에서 공소청으로만 바꾼 간판갈이”라고 말이다.

이 두 가지 지적은 지난 수십 년 간 누적된 한국 정치검찰의 악행을 그대로 온존시킬 ‘새로운’ 정부 안의 문제점을 정확히 관통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김민석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새로운 정부 안에서) 검찰개혁의 핵심 중 핵심인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제외시켜 또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석 달 동안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보완수사권 이슈가 제기된 것이 도대체 언제부터인데. 그에 관하여 얼마나 반복된 사회적 논의와 얼마나 많은 공론화가 이뤄졌을진대. 이러한 코멘트 자체가 총리실과 (어쩌면 대통령실의) 의중이 보완수사권을 어떤 형태로든 검찰에 남겨주겠다는 데 기울어져 있다는 의심을 받기에 족하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수박 겉핥기 수준의 법안을 (2026년 1월, 국민적 차원의 격렬한 비판에 직면한 후 철회한) 애초 정부 원안을 대폭 개선한 내용이라고 들이민 것이다. 그리고 집권 민주당이 이를 냉큼 받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오랜 시간 근본적 검찰개혁 하나 보겠다고 피와 눈물을 바쳐온 시민들의 절박함을 뭘로 보고 이런 설익은 시도를 하는가.

3.
그러므로 나의 분노는 두 가지 지점을 향한다.

첫째는 상황 전개의 커튼 뒤에서 ‘과거의’ 무한 기득권을 악착같이 고수하려 안간힘 쓰는 정부 내 검찰 잔존 및 비호 세력이다. 명색이 빛의 혁명 통해 집권한 이재명 정부 내에서도 이들은 여전한 실세로 군림 중이다. 대통령실 민정수석 봉욱이 그렇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그렇고, 그 휘하에 운집한 검찰개혁추진단 현역 검사들이 그렇다.

과연 당신들이 나라 법의 운행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새로운 검찰개혁 법안 참여와 완성에 ‘어떤 역사적 자격’을 지니고 있는가를 묻는다. 오히려 일차적 척결 대상들이 스스로를 옭아매는 척 연극을 하고 있으니 화가 솟구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둘째는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 대해 “이미 당론으로 채택됐다”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민주당 내 실세 그룹이다. “국회 법사위에서는 기술적 부분을 미세 조정할 수 있을 뿐 전향적 변경이나 수정은 당연히 어렵다”다고 주장하는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백승아 원내 대변인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자들이 수두룩하다.

과연 당신들이 그런 주장을 할 ‘자격’이 있는가. 현재 상태의 법안 통과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지난 수년 간 검찰개혁 과정에서 과연 어떤 역할을 했고 기여를 했는가를 떠올려 본다. 멀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비극적 죽음의 원인이었고, 가까이는 2019년 이후 온 나라를 뒤흔든 검찰의 역사적 죄업. 그것을 뿌리 뽑고 근원부터 바꾸려는 긴 싸움이었다. 그 최종적 열매를 향유할 독점적 자격이 과연 당신들에게 있는가.

오히려 진정한 자격은 모든 것을 던져 셀 수 없는 투쟁 국면에 헌신적으로 참여한 시민들, 그 지난한 과정을 어깨 붙안고 돌파한 시민사회에 있지 않은가를 묻는다. 비단 민변의 지적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간곡한 비판에 공개적으로 귀를 기울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정부와 민주당이 (자기들만의 밀실을 벗어나) 그러한 시늉이라도 하고 있는가를 정면으로 질문한다.

나는 이것이 요 며칠 검찰개혁 최종 입법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느끼는 ‘분노’의 핵심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샌델의 말처럼 "자격 없는 사람이 무언가를 얻고" 자격 없는 자들이 무언가를 부당하게 결정할 때 느끼는 감정 말이다.

정치, 경제, 외교 각 분야에서 대통령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특히 노동 분야와 부동산 투기 억제 의지의 진정성에서 그렇다. 말 뿐이 아닌 실행으로 과감하고 본질적으로 치고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옥의 티라고나 할까, 검찰 개혁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왠지 개혁시민의 열망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면을 주도 중인 정부와 민주당 내 ‘무사 통과파’들의 강행 의지대로 간판만 바꾼 검찰개혁 ‘정부안’이 그대로 입법, 시행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재명 정부와 집권 민주당은 핵심 지지자들의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된, 상상하기 어려운 분노를 만날 것이다.

프레시안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 대학교 교수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규 동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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