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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를 '배려'로 바꾸자 지붕 태양광 스스로 늘린 기업들[넷제로케이스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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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보조금 보다 행정 지원 방점…경기도 산업단지 태양광 정책
공장 지붕 등 활용한 산단 태양광 3년새 도 내에서만 260MW 급증
2025년 연간 신규 산단 태양광 사업허가 3년 전 대비 4배↑
기업이 자사 부지에 태양광 설치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제도 변경 주효

[편집자주] 녹색전환·탄소배출 저감은 거대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데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전환을 향해 가는 '현재 진행형' 사례들을 매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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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산단 태양광 시설 중 하나인 조흥 태양광 발전시설. 623.7kW 규모로 LS일렉트릭이 시공했다. /사진제공=경기도



재생에너지 정책은 흔히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사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경기도의 산업단지 태양광 정책은 달랐다. 보조금을 크게 늘리지 않아도 규제를 정교하게 손보면 기업이 스스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공장 지붕 태양광, 저비용 고효율 재생에너지 보급 통로

경기도는 2023년 '경기 RE100(재생에너지 전력 100% 사용)'을 선언하며 산업단지를 핵심 공간으로 설정했다. 산업단지는 공장 지붕과 주차장 등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공간이 넓고 전력 수요도 바로 인근에 존재한다. 민원 문제가 거의 없고 전력망도 갖춰져 있어 태양광 설치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유럽 주요국과 미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협력사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압력이 커지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도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재생에너지를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로 산업단지 태양광이 주목받은 배경이다.

경기도에는 현재 약 200개의 산업단지가 있으며 앞으로도 수십 곳이 추가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 공간을 활용하면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게 경기도의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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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이행 가장 어려운 국가들의 기업 응답/그래픽=이지혜




장애물이던 제도…기업 수요 맞춰 행정 지원

이같은 장점에도 산업단지 태양광은 2020년대 초까지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문제는 경제성보다 행정 절차였다. 경기도가 단순한 보조금 확대 대신 규제 방향을 바꾸는데 집중한 것도 이런 판단에서였다.

예컨대 산업단지에서 태양광 발전사업을 하려면 산업단지 입주 업종에 '태양력발전업'이 형식상 포함돼 있어야 한다. 기존에는 대부분의 산업단지 관리기본계획에 해당 업종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기업이 공장 지붕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뒤 자가 소비를 넘어 전력 판매까지 하려면 관리계획을 변경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드는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거쳐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경기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단지 관리기본계획 변경을 지원하고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도 차원에서 추진해 역내 산업단지에 태양력발전업 코드를 추가했다. 그 결과 2023년 50개 산업단지에서 시작해 2025년에는 면적 기준 98.5%에 해당하는 152개 산업단지로 확대됐다. 올해는 도내 모든 산업단지에서 태양광 발전사업이 가능하도록 확대하는게 목표다. 기업들이 별도의 토지 개발 없이 공장 지붕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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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연도별 산단 태양광 발전사업허가 현황/그래픽=이지혜




인센티브와 제도 개선…산단 태양광 급증

경기도는 산업단지 정책의 핵심 기준인 도 산업입지 심의 가이드라인도 개정했다. 신규 산업단지를 선정할 때 재생에너지 설치 계획을 포함한 산단을 우선적으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사장님을 위한 성공하는 지붕 태양광 가이드'를 제작, 찾아가는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정책 홍보도 강화했다.

산업단지 태양광 전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 간 전력구매계약(PPA) 모델도 추진했다. 2023년 도내 산업단지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45MW(메가와트)를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협약을 맺은게 대표적이다. 대규모 전력 수요 기업이 장기 계약을 통해 전력을 구매할 경우 판매 안정성이 높아지고 재생에너지 투자도 촉진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경기도는 태양광·전력 분야 기업을 권역별 파트너로 선정해 산업단지 태양광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제도적 장애 요인을 파악하는데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다. 파트너 기업들과 시·군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군 담당 공무원과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등이 참여하는 '산단 RE100 추진단'을 구성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행정 협의도 지원했다.

정책 효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경기도 내 연간 산업단지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 물량은 2023년 63MW, 2024년 75MW, 2025년 125MW로 빠르게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신규 허가 물량만 262MW로, 현재 경기도 산업단지 태양광 누적 설치량(371MW)의 약 70%가 이 기간에 이뤄졌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맞물려 공장 지붕 태양광에 대한 기업 수요가 제도 개선을 계기로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혜택은 기업에도 돌아갔다. 볼보코리아 동탄사업장은 공장 지붕 태양광을 통해 RE100을 달성했고, 안산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은 1500kW(킬로와트) 규모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연간 약 4억원의 발전 수익을 확보했다.

김연지 경기도 에너지산업과 과장은 "산업단지 태양광 확산을 위해 행정지원에 방점을 둔 결과 지붕 상태가 양호하고 신용도가 높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태양광이 빠르게 확산됐다"며 "이제 설치 여건이 열악한 노후 산업단지와 임대 산단 등을 포함한 2단계 사업으로 산단 태양광을 더 늘려나갈 구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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